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51) | 시골 생활은 가끔 쑥, 망초대, 달맞이꽃 등 풀과의 전쟁을 치르곤 한다. 특히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풀이 억세지고 자라는 속도가 빨라 미쳐 풀을 깍지 못하면 풀이 아니라 나무와 같이 아름드리로 성장하기도 한다. 

곡식을 심은 밭에 있는 풀은 새싹일 때 솎아주지 않으면 뿌리가 깊어 그냥 뽑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시골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풀에 제초제를 살포해서 잎을 말려 죽인다. 그런데 아무리 친환경이라 하지만 제초제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 방법이므로 토양이나 사람에게 좋을 리가 없다. 따라서 내가 사는 신선마을에서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예초기로 풀을 깎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체적인 면적이 5000평이 넘다보니 예초기를 돌려 풀을 베는 작업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의외로 예초기 작업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이를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연결시켜 '예초기 인생론'으로 정리해본다.

예전에는 쇠로 된 회전 칼날을 사용했는데 무척 위험하다. 그래서 요즘은 나일론으로 된 끈을 칼날 대신 예초기에 달고 회전을 빠르게 하여 풀을 벤다. 그런데 풀을 잘 깎으려면 회전수와 끈 길이가 적당하고, 예초기 회전수와 풀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풀이냐에 따라 예초기 회전수와 끈의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바랭이 같은 풀은 회전수가 적으면 끈에 감기고 잘려나가지 않는다. 이럴 땐 속도를 높여 원심력이 최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반면 어린 쑥이나 어린 망초대 등은 회전수를 줄여도 싹뚝싹둑 잘 잘려나간다. 이렇게 쉬운 작업임에도 쑥, 망초대, 달맞이꽃 등이 어느 정도 자라 억세지면 끈으로 베는 것이 불가능진다. 적당한 시기에 베지 않으면 위험한 칼날을 사용해야 된다. 풀을 베다보면 어떤 풀은 향기가 느껴지는 반면, 어떤 풀은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인생도 예초기로 풀을 베는 작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고 한다. 어릴 때 나쁜 습관을 들이면 억세진 쑥, 망초대 등과 같이 제거하기 어려워진다. 어린 풀은 뽑기도 편하고 깎기도 쉽지만 이미 성장이 끝난 풀은 잘 뽑아지지 않고 예초기 작업도 쉽지 않다. 더 나아가 향기로운 풀이 있는 풀도 있고, 냄새나는 풀도 있듯이 향기가 나는 인생이 있는 반면 악취가 나는 인생도 있다. 

예초기 돌리는 일이 어떤 풀인지와 끈 길이, 그리고 회전력의 궁합이 중요하듯 인생도 각자 가지고 있는 꿈과 재능, 방향과 속도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예초기 끈이 길다고 풀이 잘 깍이는 것이 아니듯, 꿈과 재능만 있다고 인생이 술술 풀리지 않는다. 예초기 속도가 너무 빠르면 풀이 베어지는 것이 아니라 으깨지고 너무 느리면 감겨서 벨 수가 없듯이 인생도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할 때 가장 먼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하듯이, 인생항해를 할 때도 살아야 하는 목적인 꿈을 찾아내야 한다. 꿈이 없는 항해는 그냥 바람부는대로 흘로가는 돗단배일 뿐이다. 어디로 항해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고, 가지고 있는 재능을 동력삼아 힘차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만들 수 있는 행운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인생설계도(인행항해도)를 그려보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항해를 하다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 인생항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내 인생항해는 적절한 속도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왜(why) 사는지? 어떻게(how) 살 것인지? 무슨(what) 일을 할 것인지? 가끔은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고민하는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면 아름다운 인생항해가 되지 않을까.

아름다운 인생항해를 하는 사람들은 크게 4가지의 향기를 갖고 있다. 기본적 향기, 물질적 향기, 정신적 향기, 그리고 사회적 향기가 그것이다. 기본적 향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학습과 일이 포함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우고 일한다. 어릴 적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이 삶의 든든한 기초로 작용한다. 학습과 일이 없다면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고사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물질적 향기는 돈에 관한 얘기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으므로 돈은 좋은 것이다. 우리는 돈이라는 것을 매개로 삶을 영위한다.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으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의식주는 해결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돈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돈이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버는 돈에서 향기가 나다. 반면 부정한 방법으로 버는 돈은 냄새가 난다. 돈은 향기롭게 벌어서 향기롭게 써야 한다. 돈의 누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정신적인 향기는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가꾸는데 필요한 것으로 꿈과 도전, 긍정적 사고, 끈기와 자존감 등으로 나타난다.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해서 그 꿈을 이루어야 한다. 꿈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다. 도전하는 삶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꿈은 가지고 있지만 도전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몽상가라 부르며 이는 향기가 없는 꽃과 같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향기가 없으면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되 긍정적인 하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또한 포기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버티는 자세와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이 정신적인 향기이며 이는 사람의 존재가치를 잘 나타내준다.

사회적 향기는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이다. 서로 상대방을 신뢰하고, 소통하며, 공감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이다. 남을 속이면서 자기의 잇속을 챙기는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서로 소통하지 않고 막혀있는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소통이 된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젖지 않는다. 사람은 죽어도 그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는 남아있다. 기본적 향기, 물질적 향기, 정신적 향기, 사회적 향기를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겨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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