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48) | “은퇴 후 뭐 할 거예요?”라는 질문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시골 가서 농사나 지으면 되지요" 라고 쉽게 대답한다. 그런데 농사짓는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하는 객쩍은 소리일 뿐이다. 농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농사는 인간이 하는 최고의 종합예술이면서 또한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공부하고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날씨와 기후 등이 키우는 작물과 잘 맞아야 농사로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노력해서만 잘 된다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힘으로만 농사가 잘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뭄과 비바람과 태풍을 견뎌야 수확이 가능한 게 농사다. 그러니 할 일이 없으면 “농사나 짓지!” 라는 빈말은 하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농사짓는 일이고, 씨앗, 파종시기, 물, 영양소, 햇빛, 농약, 제초, 비바람, 태풍, 수확시기 등 다양한 변수를 통제하지 않으면 제 값을 받을 수 없다. 물론 식구들과 나누어 먹는 정도의 주말농장이라면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누구에겐가 팔아야 하는 농작물이라면 상품가치가 없으면 그냥 주어도 민폐가 된다. 농사에 중요한 변수를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씨앗을 좋은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씨앗을 잘 못 선택하면 1년 농사는 그야말로 꽝! 이 된다. 발아가 안 되거나, 발아가 되더라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종을 살 때도 품종과 모종의 상태를 잘 점검해야 실패가 없다. 농사에서 파종 시기는 아주 중요하다. 벼농사를 예로 들어보면 중부지방의 경우 하지가 지나면 모내기를 하더라도 제대로 수확하지는 어렵다. 밭작물도 마찬가지고, 어느 농작물이든 그 작물에 맡는 파종시기를 지켜야만 원하는 수확을 할 수 있다.

파종이나 모종을 제 때에 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식물은 물과 영양분, 그리고 햇빛이 있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가뭄이 들면 인공적으로 물을 주어야 생존이 가능하고, 겨울철에 퇴비를 미리 뿌려두어서 땅에 영양분이 있어야만 농작물이 자랄 수 있다. 물과 영양소 이외에 적당한 햇빛은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농작물이 성장하는 기본이 된다. 비가 많이 오면 배수로를 만들어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해야 된다.

유기농이나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 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농약을 치지 않고 원하는 수확량이 나오기는 어렵다. 토양살충제부터 시작해서 살균제와 살충제를 살포하지 않고는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내 밭에는 농약을 치지 않더라도 옆에 있는 밭에 있는 벌레와 균들이 내 밭으로 피난을 오면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치게 된다. 여름철 잡초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손으로 뽑는 것은 어려우니 이것도 제초제를 사용하게 된다. 멀칭비닐을 사용하면 제초에 들어가는 품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풀 때문에 귀농을 포기하는 분도 있다. 아예 제초를 포기하고 내버려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농사의 가성비가 적다.

수확시기가 되면 비바람과 태풍을 조심해야 한다. 비바람에 쓰러지고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수확량이 확 줄어든다. 자연이 하는 일을 사람이 막기는 쉽지 않다. 비바람을 피하거나 태풍을 비켜가는 방법도 없으므로 그냥 기다리는 것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렇게 모든 것이 잘 풀려서 많은 수확량을 올렸더라도 수확시기를 잘 맞추지 않으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 농작물은 한꺼번에 출하가 되기 때문에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기도 한다. 다행히 저장시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는 것이 농민들의 처지이다. 중간상들의 농간도 농민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니 할 일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객쩍은 말은 삼가고,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하고 겸허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농산물을 살 때도 농부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생각하면서 함부로 낮추어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농사는 그야말로 최고의 종합예술이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본 기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볼 수 있습니다.
번역을 원한다면 해당 국가 국기 이모티콘을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This news is available in English, Japanese, Chinese and Korean.
For translation please click on the national flag emoticon.

키워드

#구건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센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