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36) | 꼭 풍수를 따지지 않더라도 맘이 편하고 자신과 잘 맞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시골살이의 첫 단추가 된다. 왜 생활이 편리한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 목적에 맞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그 농작물에 어울리는 지역과 토지를 구입해야 하고, 한적한 시골에 집하나 짓고 전원생활을 하고 싶으면 신속으로 들어가도 된다. 도시생활도 하고 시골생활을 겸하는 듀얼라이프를 생각한다면 대중교통이 좋은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아주 낮선 곳으로 가기 보다는 고향 근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땅이나 집과 사람의 궁합이 중요하다.

필자가 1년 과정의 산양삼 재배기술을 배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산양삼은 토질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 우리가 어디서 살 것 인지에 대한 정답이 들어있다. 농사를 지어보면 습기가 많은 곳에 잘 되는 작물이 있는 반면 모래밭에 잘되는 작물이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체질에 따라 잘 어울리는 지역과 기후가 있다. 시골살이의 목적에 따라 벼농사를 지으려면 평야지대로 가야하고, 고랭지 채소를 키우려면 지대가 높은 산골로 가야 한다. 굳이 농사를 지을 요량이 아니라면 햇볕 좋고, 공기 깨끗하고, 물 좋은 산천을 찾으면 된다. 돈벌이까지 염두에 둔다면 도시 근교에 터를 잡으면 되고, 출퇴근 하는 직장을 염두에 둔다면 아무래도 기차역이나 터미널이 가까운 곳이 좋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맘 편하고 궁합이 맞는 땅은 어디일까? 이것도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기르고 싶은 작물에 맞는 토지를 사야 한다. 귀촌은 맘 편히 자유롭게 살만한 지역이 우선이고, 귀어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어촌을 고르면 된다. 귀산 역시 산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정하고 그 용도에 맞는 임야를 찾아야 한다. 산양삼을 키우려면 산양삼이 잘 자라는 임야를 선택하고, 산나물을 키우려면 산나물이 잘 자라는 토양을 찾으면 일단은 성공이다. 

가끔 어느 지역이 시골살이에 좋으냐는 질문을 받는데, 많이 다녀보고 많이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도시인에게 시골살이는 ‘사회적 이민’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생활해 왔던 도시를 떠나 낯선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단순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과 해외에서 살기 위해 이민을 가는 것은 준비단계부터 마음까지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시골살이도 마찬가지다. 준비기간을 단축하면 할수록 시행착오가 늘어나고 시골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다.

어느 지역이 좋을까? 이 질문 역시 정답이 없다.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이 마음이 더 편하다. 그래서 고향 근처로 정하거나, 아니면 여행을 가봤던 지역, 근무를 했던 지역 등을 선호하게 된다. 고향은 일단 그 말만 들어도 정겹고 설레기 때문에 최우선 순위가 되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농토나 선산이 있는 사람들은 별도의 토지구입비나 건축비가 들지 않아서 경제적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고향 친구들과도 종종 만날 수 있어서 여러모로 고향은 시골살이의 성지가 될 수 있다. 고향이 아니라면 자신이 살던 도시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 좋다. 2시간을 넘어가면 기름 값, 도로비가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살던 사람은 경기권, 강원권 정도가 적당하고, 경상권이나 호남권은 너무 멀다는 느낌을 갖는다. 

반대로 경상권에 살던 사람이 경기도나 강원도를 선택하는 것도 비효율적이 된다. 물론 도로망과 철도망이 잘 만들어져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들어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접근성이 좋아야 모든 것이 편하다. 1~2시간의 거리임에도 주변에 KTX 정차역이 있다면 더욱 좋다. 전답이 아닌 임야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낙엽이 모두 떨어진 겨울에 임장을 해야 지형과 바위, 돌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여름에는 풀이 우거져서 안에 들어가기도 힘들어서 토지의 효용가치를 알기 어렵다. 아무튼 시골살이 시작 전에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자.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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