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34) | 세상은 절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자본주의는 불행하게도 불공정을 성장의 밑천으로 삼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자본의 지시에 따르는 ‘월급쟁이’일 뿐이다. 좋은 직장이든, 나쁜 직장이든 직장에서 월급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은 ‘월급쟁이 노예’나 다름없다. 

태어날 때는 자유인으로 태어났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직장인이 되는 순간 인간의 자유는 돈의 노예로 바뀐다. 근로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계약인 듯 포장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내 시간 중 8시간은 회사의 지휘명령을 따르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월급쟁이 노예’로 부르는 것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꿈에 그리던 취업, 꿈에 그리던 직장이 노예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위해 사용한다면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이다. 내 몸과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야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받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에 종속되는 노동’을 전제로 한다. 자본은 노동을 고용하는 대신 노동자에게 생존의 밑천인 임금을 지급한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고 선언하지만 노동은 일당, 월급, 연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팔리는 상품일 뿐이다. 노동법은 ‘자본에 종속된 노동’만 보호한다. 

그런데 과연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노동이 존재할까? 형식적으로는 프리랜서(자유직업소득) 계약을 체결하거나 도급계약, 위임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결국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자본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으니 어떤 형태의 노동이든 인간의 노동은 자본에 종속된다. 노동법을 만들고, 노동운동(노동조합)을 통해서 노동해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노동력밖에 갖고 있지 않은 노동자들은 자본에 그 노동력을 팔수 밖에 없다. 노동력을 판다는 것은 자본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계약일 뿐이다.

돈을 버는 방법이 노동밖에 없다면 공정한 게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더 나아가 사업, 시스템, 플랫폼, 주식, 부동산, 코인 등을 통해 버는 돈이 노동을 통해 버는 돈보다 훨씬 많다. 자본주의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것을 모르는 척하고 살아갈 뿐이지 자본주의시스템은 불공정하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해서 버는 돈을 제외하고 사업, 시스템, 플랫폼, 주식, 부동산, 코인 등을 통해 버는 돈은 ‘불로소득’이라고 낮게 평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갑자기 돈을 많이 번 부자를 ‘졸부(猝富)’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서도 부자들을 혐오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꿈이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은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답변한다. 그런데 노동을 통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 자본주의 생리이다. 노동을 통해서 버는 돈은 아주 특별한 경우(예컨대 임원, 프로선수, 전문가, 유명배우, 유명가수 등을 얘기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를 제외하고는 생활비로 대부분 지출되고 모이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 부자들은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부자들도 처음에는 노동을 통해서 종잣돈(seed money)를 만든 후 사업이나 투자를 통해서 돈을 번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부자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부자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부자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부자를 싫어하면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부자를 싫어하면 부자에게서 배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본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부자와 빈자는 항상 존재한다. 부자의 길로 갈 것인가(부의 전용차선), 아니면 빈자의 길로 갈 것인가(부의 서행차선)는 누가 결정하는가?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인 사람이 있는 반면, 본인이 노력해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부모덕에 부자가 된 사람이 있는 반면, 사업, 플랫폼, 시스템, 투자 등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후천적으로 부자가 되려면 먼저 돈 공부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부 하지 않고 돈 벌려고 하면 반드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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