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24) | 故김수환추기경은 자화상에 ‘바보야’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자들이 왜 하필이면 ‘바보야’라고 썼느냐고 물으니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단다.

무지개원리라는 책을 쓴 차동엽 신부도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무한 성장 동력 『바보 Zone』이라는 책을 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스마트 TV, 스마트워크 등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는 시기에 바보를 주제로 한 역설적인 제목이 눈에 띄어 읽어봤다. 그냥 바보가 아니고 멋진 바보의 얘기다. 책 표지에 있는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며, 바보처럼 모험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고 진정한 성공이다

대지약우(大智若愚),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는 말이다. 송나라 팔대문호의 한 사람인 ‘소식(蘇軾)’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본래 노자의 말에서 유래했다. ‘현자는 바보와 같다.’ 또는 ‘크게 충만한 것은 빈 것과 같다.’는 말도 역설적이게도 대지약우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21세기 IT산업의 최선봉이자 애플사의 최고경영자인 故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말했다. 왜 바보가 되라고 했을까? 여기서 말하는 바보는 그냥 바보가 아니라 멋진 바보다. 꿈꾸고, 상상하며, 모험하는 바보를 의미한다. 스마트한 이들에겐 뇌가 있지만 바보들에겐 배짱이 있다. 스마트한 이들에겐 계획이 있지만, 바보에겐 이야기기 있다. 스마트한 이들은 비판을 하지만 바보들은 행동을 한다. 바보는 머리보다 심장의 명령을 따른다.

역사에서 위대한 발명, 혁신, 발견의 공을 세운 인물들의 창조적 발상은 하나같이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바보 같은 발상’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하며 핍박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창의적 도전이 기존의 사고, 관습, 제도 등에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의 벽을 깨는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바보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바보는 이해타산에 약하고 마냥 동정심이 많다. 또한 바보에게는 감정이 걸러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출되기 때문에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으며 화내고 싶을 때 화낸다. 분별이나 통제 능력보다 공감이나 정서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바보는 지능지수(IQ)보다는 감성지수(EQ)가 더 발달되어 있다. 다음으로 바보는 인내심이 많고 늘 한결같다. ‘우직하다’는 표현이 있듯이 바보는 일에 있어서나 관계에 있어서나 끝까지 충실하다. 일에 있어서는 요령을 모르고, 생각에 있어서는 고집스럽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만 영원히 사랑할 정도로 충실하다. 이는 바보가 의지시수(PQ)가 발달된 것을 나타낸다.

한 마디로, 바보는 지능지수보다는 감성지수와 의지지수가 발달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흔히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은 이해타산에 밝아 ‘잔머리’에 능하지만, 감성지수와 의지지수가 함께 발달한 사람은 공감능력과 직관 그리고 추진력이 뛰어나 ‘큰머리’를 쓸 줄 안다. 그리하여 넓게 그리고 길게 볼 줄 안다. 바보철학 블루칩 12가지가 있어서 소개한다.

1. 상식을 의심하라. ‘몰상식하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된다. 바보들은 신발상, 역발상의 천재들이다. 그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상식 이하라거나 몰상식으로 몰리기도 한다. 정답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이는 곧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엉뚱한 생각 한 자락, 괴팍스러운 말 한 마디가 우리를 보다 자유롭고 보다 풍요롭게 해준다.

2. 망상을 품으라. ‘헛꿈 꾼다.’ 또는 ‘또라이 같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종종 망상에 사로잡힌다. 사실 망상은 꿈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꾸는 꿈이 허황돼 보일 때 그것을 망상이라 부르며 비아냥 거린다. 그리고 허황돼 보이던 망상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다시 꿈으로 격상시켜 주며 찬사를 보낸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황당무계한 장치들이 몇 년이 지나면 현실이 되지 않는가?

3. 바로 실행하라. ‘무데뽀다’ 또는 ‘물불 안 가린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바로 샐행한다. 로마 속담에 ‘생각을 잘 하는 것은 현명하고, 계획을 잘 하는 것은 더 현명하고, 실행을 잘 하는 것은 가장 현명하다’는 말이 있다. ‘지식은 보물이지만 실천은 그 열쇠다’라는 서양속담도 이를 나타낸다. 행동하지 않은 사람의 생각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바보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4. 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쪼다’ 또는 ‘쫀쫀하다’는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단순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사소한 일을 아주 크게 본다.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에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넘어뜨리는 건 오히려 작은 조약돌 같은 것이다. 작은 일일수록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5. 큰일을 작게 여겨라.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 또는 ‘단순무식하다’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의 단순논리는 역으로 큰 사안을 작게 축소하는 경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사물을 통합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천재성이다.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 우리에게는 바보의 단순논리가 필요하다. 이것저것 재며 우물쭈물하면, 소탐대실하는 자충수를 둘 수 있다. 때론 최선의 논리요 최상의 지혜인 직관의 대범한 명령에 순응해보라.

6. 미쳐라. ‘미쳤다’ 또는 ‘못 말린다.’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꿈을 향해서 열정을 품고 무서울 정도로 미쳐 몰입할 줄 안다. 바보는 한 가지에 미칠 줄 알기에 결과적으로 위업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헤겔, 뉴턴, 베토벤 등 대단한 선각자들은 모두 당대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7.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눈치가 둔치다’ 또는 ‘어리버리하다.’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눈치가 없다. 바보는 자기 소신을 지키며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유지한다. 나는 나다.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8. 황소걸음으로 가라. ‘느려 터졌다’ 또는 ‘답답하다’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곧잘 느려 터졌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꾸준하다. 느림과 우직함이 장인을 만들어내고, 거장을 탄생시킨다. ‘우보만리’라고 바보는 소걸음으로 만리를 가는 인물이다.

9. 충직하라. ‘미련 곰퉁이’라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선이 굵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속에 한번 그어진 관계의 끈을 끝까지 유지한다. 이것이 바보가 미련스럽도록 충직한 까닭이다. 충직에 바보스러운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우직이라 한다. 바보는 한 번 마음먹으면 변심을 모른다. 바보는 한번 약속하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킨다.

10. 투명하라. ‘철부지 같다’ 또는 ‘철없다’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속내를 감출 줄 모른다. 바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쉽게 들킨다. 정직한 사람은 누구보다 지혜롭다.

11. 아낌없이 나눠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 또는 ‘어수룩하다’라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천성적으로 선하고 태생적으로 동정심이 많다. 바보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눌 줄 안다. 나눔은 나눔을 낳는다.

12. 늘 웃어라. ‘헬렐레’ 또는 ‘칠푼이’라는 손가락질을 뒤집으면 된다. 바보는 희죽희죽 웃는다. 아무 생각 없이 웃는다. 바보는 현재가 즐거울 따름이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이 마냥 재미있고 신난다. 현재 자신에 주어진 것에 하염없이 만족하고 감사한다. 모든 것을 웃을 일로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바보는 행복한 천재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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