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또 따로, 따로 또 함께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21) | 세상사 쉬운 일이 없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되는 갈등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단순한 거래관계라면 그냥 상큼하게 잊어버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툭툭 털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라면 더 큰 실망을 하거나, 더 큰 상처가 남는다. 부부관계, 부모자식관계, 친구관계는 단순한 계약이나 거래관계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물론 법률상으로는 부부계약, 부모자식계약, 친구계약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끊기가 어려운 ‘언약적 관계’에 더 가깝다. 노사관계, 상사부하관계, 동료관계 등도 마찬가지로 계약적 관계를 넘어서는 어떤 무언가가 존재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등 일반적인 관계는 대부분 1회적인 계약으로 거래가 종료되고, 서로가 필요하면 다시 새로운 계약으로 끝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약적 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적인 관계가 된다. 부부관계는 평생을 함께 하자는 언약이고, 부모자식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혈연적 관계다. 친구관계도 서로가 배신을 하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친구로 남게 된다. 노사관계, 상사부하관계, 동료관계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 한 그 관계는 지속된다. 이렇게 계속적인 관계는 단순한 계약 이상의 끈끈한 관계이므로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한 상처는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계속 마음을 아프게 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따라서 가까운 사람이라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상처를 적게 받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면 아예 관계가 끊어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 난로에 비유해서 난로도 너무 가까우면 자칫 난로에 데일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멀면 또 춥게 느껴진다. 연약적 관계의 갈등은 결국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으니 기대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건을 사고  파는 관계와 같이 기대치가 낮으면 설령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흥정이 깨지더라도 마음이 다치지는 않는다. 별 기대를 하지 않으면 사람사이에 쓸데없는 갈등이 생길 염려가 적어진다.

사람의 타고난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를 바꾸려고 내 입장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자칫 관계가 파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상큼하게 인정하면 되는 일이다. 가까운 사이인 언약적 관계에서는 거리조절이 안되면 인간관계도 실패한다. 거리를 두어야 할 때와 거리를 좁힐 때는 잘 조절해야 한다. 가까이 가야할 때 멀리하고, 거리를 두어야 할 때 너무 가까이 가면 인간관계에 금이 간다. 가족에게도, 직장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절히 거리를 두고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심리적인 거리를 적당하게 유지해야 한다. 가끔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너무 가까이 간 것을 아닌가?’ 아니면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닌가?’ 그것이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의 원칙이다. 인간은 남남이지만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따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세상사에서 1회적 거래관계는 나만의 이익을 가장 크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다시 안 볼 상대라면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내 이익을 최대화하는 거래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가장 최저가를 선택하면 내 이익이 최대화 된다. 반대로 파는 입장이라면 무조건 가장 비싼 값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계속적 거래관계나, 언약적 관계는 내 이득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득도 배려해야 그 관계가 유지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내 입장만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적당한 거리가 된다.

필자가 케냐 대학생을 대상으로 내비게이터십 강좌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다녀온 사람이 있는지 질문을 하니, 4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좋았던 것과 좋지 않았던 것을 얘기해보라는 말에 한 친구가 이태원에서 바가지를 옴팍 쓰고 와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지 않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자기가 당한 나쁜 경험을 SNS를 통해 알려줬다고 한다. 결국 이태원의 상인은 1회적 거래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늘리려고 바가지를 씌웠지만, 케냐의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든 친구들에게 한국의 좋지 않은 상관습을 전파하게 되었다. 이제 온라인으로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는 세상이니, 모든 거래는 계속적 거래관계이거나 언약적 관계로 변했다. 그러니 내 입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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