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18) | 광활한 우주에서 ‘나’라는 사람은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이름이 같은 사람이야 있겠지만 나로서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은 오롯이 나 혼자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는 인생을 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 인생을 살면서 남 탓을 너무 많이 한다. 내가 잘 되고 못되는 것, 내가 불행하고 행복한 것, 내가 실패하고 성공하는 것임에도 아버지 때문에, 엄마 때문에, 대통령 때문에, 선생님 때문에 등등 누구누구 때문에 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면 내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희생양 삼는다고 해서 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 문제는 내가 스스로 풀어야지 남이 풀어주지 않는다. 나는 할 만큼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 수순으로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아닐까.

남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면 스스로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푸는 방법이 찾아질 것이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기도피일 뿐이다. 

물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말과 같이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인생길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난한 집안을 탓하고 가난한 부모를 탓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가난한 집안만 탓한다고 내가 부자가 되거나 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어진 환경과 운명은 내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의 환경과 내 운명은 지금 여기의 내가 바꿀 수도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내가 나를 바꾸는 것, 내 환경을 바꾸는 것, 모두 내가 노력해야 되는 일이다. 특히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내가 독약을 입에 물고 있으면서 남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필자도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때려치우고 가출했던 경험이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지만 가난을 물려준 조상님과 부모님을 참 많이 원망했었다. 왜 우리 집만 이렇게 가난할까?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할까?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데 온 세상에 나만 가난하고, 나만 불행하다고 불평만 하고 살았다. 집안이 가난해서 공부를 못했고, 공부를 못했으니, 좋은 직장을 못 구했고, 좋은 직장이 없으니 돈을 못 벌었다. 그러니 모든 것이 가난한 집안 탓이다. 세상이 싫어지고, 부모님이 미워지고, 더 나아가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즉, ‘내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조상 탓이거나 부모님 탓이지만, 내가 가난하게 죽는 것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조상 탓, 부모 탓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죽을 만큼 열심히 살면 설마 먹고는 살겠지’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그 후 진짜 죽을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독학으로 노무사에 합격하고, 죽을 만큼 노력해서 최고의 노무사가 되었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가난을 이겨냈고, 죽을 만큼 노력해서 중학교 중퇴의 학력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필자가 만약 지금까지 조상 탓, 부모 탓을 하면서 희생양을 삼았다면 아마도 죽을 만큼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남 탓을 그만두고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좋지만, 자칫 자기비하나 자기학대로 변하면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자기비하는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 저평가, 경멸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행동, 혹은 과도하게 겸손한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자기비하는 종종 낮은 자존감과 우울 및 불안과도 관련이 있다. 심해지는 경우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자기비하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이 잘 될 리 있겠어?’ 또는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 해 봤자 소용없어.’ 등등 스스럼없이 자책하고,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된다. 반복하다 보면 점차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고 급기야 자기혐오와 자기학대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남 탓이 아닌 내 탓이라는 것은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므로 자기비하나 자기학대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넓은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멋진 게임에서 최고의 선수로 뛰는 나 자신을 열렬히 응원하는 열혈 팬이 되어야 한다. 가끔은 상처입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라고’ ‘다시 해보자고’ ‘해낼 수 있다고’ ‘결국 해낼 거라고’ 힘을 북돋아 주는 지지자여야 한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자. 나는 내 인생항해의 선장이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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