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17) |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소리’는 정겹다. 세련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자연을 닮아가는 느낌이다. 가끔은 바람소리가 윙~윙~ 굉음을 내기도 하고, 물소리가 지축을 흔들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그 순간이 지나면 또다시 순한 손길과 얌전한 흐름이 되는 것을……. 

‘심심림’은 이러한 자연의 소리를 산책길에 명명했으니 각각 바람소리길, 물소리길, 새소리길이 있다. 거기에 더하여 고라니들이 만든 산책로는 고라니길로 이름 붙였다. ‘바람소리길’은 언덕 위의 능선길이라서 유독 다양한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넓은 길이다. ‘물소리길’은 금당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새소리길’은 바람소리길에서 물소리길을 내려가는 샛길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라니길’은 산너머에 사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밤에 물먹으러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다. 고라니가 울부짖는 소리는 듣기에 이름답지는 않아서 소리를 떼고 그냥 고라니길로 부른다.

그 중에서 바람소리길이 가장 평탄하고 넓은 길이라서 주된 산책길이 된다. 임도를 만들면서 굴삭기로 평탄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당계곡의 물소리가 적당하게 울려 퍼지는 화음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아하는 길이다. 산들바람이 부는 바람소리길은 자연이 속삭이는 은은함이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물소리길은 계절에 따라 졸졸 소리가 나기도 하고, 장마철에는 엄청난 굉음을 내기도 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흘러가는 흙탕물이 내는 소리는 휘돌아가는 산골짜기에 부딪쳐 더욱 우렁차게 들린다. 반면 겨울 얼음장 밑을 흘러가는 물소리는 얌전하기 그지없다. 자연의 소리도 있는 그대로가 더 아름다고 좋다. 새소리길에서는 바람소리와 물소리가 함께 섞여 있다. 거기에 가끔 이름 모를 새소리도 들리니 이 또한 좋지 않은가.

‘자연의 소리’는 정겹다. 세련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자연을 닮아가는 느낌이다.[사진=구건서 작가]
‘자연의 소리’는 정겹다. 세련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자연을 닮아가는 느낌이다.[사진=구건서 작가]

고라니길은 고라니가 자주 다녀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다.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으로 다녔으니 고라니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로 밤에만 다니지만, 절벽위나 언덕위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가끔은 바람소리길과 물소리길 중간에 나있는 고라니길을 산책하다보면 절경을 만나기도 한다. 심심림 8경이 모두 고라니길에 붙어있는 것만 보더라도 고라니들의 장소선택이 탁월했음을 느낀다. 제1경은 금당계곡이 휘돌아 나가는 언덕위에 있고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곳으로 가장 경치가 좋다. 제2경은 예전에 산소가 있던 곳인데 들어오는 물과 나가는 물을 모두 볼 수 있는 명당자리다. 3경은 장미산 능선 위에 있어 심심림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4경은 필자가 사는 산막 바로 아래 야외탁자를 놓아둔 곳이다. 5경은 촛대바위와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곳이고, 6경은 넓은 평지로 나중에 커피숍과 전망대를 세울 자리다. 7경은 산막 위에 있는 조그만 봉우리로 마을 전경이 모두 보이는 곳이다. 8경은 물가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로 물소리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계절에 따라 심심림 8경도 옷을 갈아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봄이면 연두색 초록으로 생명력이 움트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으로 왕성한 젊음을 뽐내다가, 가을이면 완숙함을 자랑하는 빨강과 노랑으로 바뀌고, 겨울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속살을 드러내는 나목으로 변한다. 그 속에서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자장가 같은 풀벌레 소리를 들어보자. 가끔은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을 느끼고, 나를 생각하는 여유가 있어야 사는 맛이 있다. 그리고 오늘은 얼굴을 들러 파아란 하늘을 보고 크게 웃어보자.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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