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14) | 그냥 혼자 ‘잘 노는 것’, 필자는 ‘자발적 고립’을 스스로 선택했다. 깊은 산중에서 혼자 책보고, 공부하고, 산책하고, 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혼자 노는 법도 젊을 때부터 열심히 배워둬야 할 덕목인 것 같다. 젊을 때 미리 연습하지 않으면 자칫 ‘삼식이’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자 노는 법을 미리 배워두면 ‘영식님’이 될 수도 있는데, 언제나 젊음이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 인생이기도 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하는 얘기이다. 그래서 ‘혼자 놀면 무슨 재민겨’라는 책도 나왔다. 반면에 요즘 MZ세대들에게는 이른바 ‘혼자놀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거기에 더해 ‘나 혼자 산다’는 TV프로그램이 혼자놀기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러한 혼자놀기는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여(혼자 여행하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혼자놀기는 부끄러워 숨기는 것에서 벗어나 하나의 바람직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혼자놀기는 비단 MZ세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속칭 ‘꼰대세대’인 우리들도 얼마든지 혼자놀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온라인 SNS로 쉴 틈 없이 세상 및 타인과 연결된 상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그만큼 더 큰 가치가 있다. 혼자 걷고, 혼자 명상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도 꽤나 괜찮다.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처량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주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서 좋다. 자기다움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도록 하면 된다. 은둔과 고독도 그 나름의 가치가 존재한다. 단순히 세상과 단절하거나 도피가 아니라 혼자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은 외따로 살아가는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깨어있는 삶을 말한다. 파스칼도 “행복은 자신의 방에 혼자 있을 때 온다”며 혼자놀기를 예찬했다.

혼자놀기는 비단 MZ세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속칭 ‘꼰대세대’인 우리들도 얼마든지 혼자놀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혼자 걷고, 혼자 명상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도 꽤나 괜찮다. [사진=구건서 작가]
혼자놀기는 비단 MZ세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속칭 ‘꼰대세대’인 우리들도 얼마든지 혼자놀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혼자 걷고, 혼자 명상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도 꽤나 괜찮다. [사진=구건서 작가]

젊은 시절에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죽을 듯이 일하고, 미친 듯이 어울리는 그런 삶을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치열함이 곧 성공한 인생인양 그 치열함을 친구로 삼았었다. 이제 그 젊음의 불꽃이 서서히 사그라져 가는 ‘나이듦’이라는 경계에 서있는 지금 ‘자발적 고립’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 ‘늙어감’이 될 것이다. 고독과 자유로움을 친구삼아 산중 자연 속에서 자발적인 고립이 남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무기가 되지 않을까? 칼 융(Karl Jung)도 “세상을 보는 사람은 그저 꿈을 꿀 뿐이지만, 자신의 내면을 보는 사람은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다”고 했지 않은가.

필자 혼자서도 건강하게 잘 놀기 위해서 ‘4소4다(四小四多)원칙’을 만들었는데, 참고로 소개해 본다. 4가지는 줄이는 것이고, 4가지는 늘리는 것이다. 우선 줄이는 것으로는 소욕, 소식, 소주, 소번이 있다. 욕심이나 욕망을 내려놓고(小欲), 음식을 적게 먹고(小食), 술을 줄이고(小酒), 스트레스를 멀리하면(小煩) 사는 것이 조금 더 단순해질 것이다. 반면에 늘리는 것으로는 다동, 다독, 다소, 다재가 있다. 몸을 더 많이 움직이고(多動), 책을 더 많이 읽고(多讀), 가능하다면 더 많이 웃고(多笑), 많이 벌어서 더 많이 기부하면(多財) 사는 것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외로운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 홀로 호젓한 고독을 즐기는 한량이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러다 가끔 친구가 찾아오면 곡주 한잔에 회포도 풀고, 세상사는 얘기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논어에도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하지 않았던가.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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