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11) | 농촌은 사실 돈 벌이가 쉽지 않고, 교통도 불편하고, 생각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않다.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은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살면서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시골살이의 어려움은 셀 수 없이 많다. 

문화생활이 어렵다는 점, 병원이나 의료시설 접근이 어렵다는 점, 벌레 또는 잡초와의 전쟁, 원주민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텃세, 돈벌이의 어려움 등 다양하다. 또한 산간벽지라는 이유로 택배도 집에까지 배달을 안 해주고, 배달음식은 아예 꿈도 못 꾸는 불편함은 젊은이들이 시골을 오지 않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와 시골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격차가 아직도 크게 느껴진다. 

첫째로 도서관,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쇼핑몰 등 예술과 문화적인 공간과 혜택이 부족하고 택배, 배달음식 등 편리함을 누릴 수 없는 것은 지역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소도시에도 나름대로의 문화공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읍면 단위로 들어오면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집안에서 영화도 감상하고, 책도 보고, 스크린골프나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들을 비치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문화적인 혜택의 부족함은 젊은이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 이유의 하나이다.

둘째로 대형병원이나 응급의료시설이 아예 없거나, 병원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시골살이의 어려움이다. 아주 작은 규모의 의원이나 군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이 있지만,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과 의료장비가 부족해서 큰 수술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간단한 응급처치 정도에 그치고 대도시의 큰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게 전부이다. 야간에 갑자기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거나 큰 사고가 일어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나이 들어서 시골살이를 겁내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큰 병원이 멀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시골살이가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면 해결책이 있다.[사진=구건서 작가]
시골살이가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면 해결책이 있다.[사진=구건서 작가]

셋째로 벌레 또는 잡초와의 전쟁도 만만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모기, 진드기, 깔따구 등 온갖 벌레에 물리면 퉁퉁 붓고 가려워 어쩔 줄 모른다. 심지어 피가 나고 곪아서 몇 개월이나 고생하기도 한다. 시골은 가축을 사육하기도 하고, 밭에 거름을 내기 때문에 벌레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나아가 여름철 풀과의 전쟁은 이겨낼 방법이 거의 없다. 시골에 정주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아침과 저녁 선선한 때 풀을 뽑으면 되지만, 5도2촌이나 4도3촌의 경우에는 풀 뽑는 작업만 하다가 세월을 보낼 위험도 있다. 필자도 잔디밭 풀 뽑느라 손가락 관절염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다.

넷째로 원주민을 비롯한 지역주민의 텃세 역시 도시인이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시골살이를 하더라도 나홀로 외따로 떨어져 살지 않는 한 이웃과의 갈등은 발생하게 된다. 시골이라 그렇다기보다 대부분은 인간관계에 서툴러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예민한 이웃이라면 마당에서 바비큐 해 먹기도 눈치 보이게 된다. 이웃과의 관계를 잘못 풀 경우 평화로운 시골생활은 산산조각 나게 된다. 이웃이지만 서로 얼굴 안보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때를 가리지 않는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는 평정심뿐 아니라 이웃 간 정마저 깰 수 있다. 조용히 시골을 떠나는 방법 외엔 다른 해결 방법은 없을 수도 있다. 

넷째로 모든 경제활동이 도시에 집중돼 있다보니 시골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 일거리가 있다고 해도 단기적이거나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한계가 있다. 그러니 넉넉하게 연금을 받거나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사람이라면 시골살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또한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골살이가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면 해결책이 있다. 영화관, 쇼핑몰 등 문화혜택이 부족한 부분은 가끔 큰 도시로 나가 갈증을 해결하거나, 또는 친구를 만날 때 함께 문화 활동을 즐기는 것도 좋다. 큰 병원이나 응급의료시설 부족은 당장 해결이 어려우니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장수(長壽)의 세 가지 요건은 운동과 음식, 조기검진이다. 뒤집어보면 시골은 운동과 음식 등 섭생에는 최적의 조건이고, 조기검진은 마음의 문제이지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벌레는 방충망을 튼튼하게 치거나, 약을 뿌리거나, 저녁에는 야외활동을 피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풀과의 전쟁은 이기려 하지 말고 잡초와 동행하는 전략도 괜찮다. 농사짓는 농토가 아니라면 굳이 뽑으려 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는 방법이다. 

원주민의 텃세나 이웃 간의 갈등도 내가 먼저 다가가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한다. 너무 가까이 지내지도 말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인간관계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시골살이의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불편함을 즐기고 이겨낸다면 더 행복한 삶이 시작될 수 있다. 인간은 어느 환경이든 적응할 수 있다. ‘누군가 레몬을 준다면, 우리는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된다’는 말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편하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본 기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볼 수 있습니다.
번역을 원한다면 해당 국가 국기 이모티콘을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This news is available in English, Japanese, Chinese and Korean.
For translation please click on the national flag emoticon.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센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