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10) | 시골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이 “불편하지 않느냐? 외롭지 않느냐?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을 먼저 쏟아낸다. 불편하고 외롭고 무섭다는 답변을 한다. “그런데 왜 계속 시골살이를 하느냐?”고 묻는다. 좋은 것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하면 뭐가 그렇게 좋은데?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있지만, 시골생활의 좋은 점이 그런 불편함과 어려움을 지워준다. 건강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만들 수 있어서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여유가 있기 때문에 마음 건강을 지켜낼 수 있어서 좋다. 또한 함께 어울리는 좋은 이웃이 있어서 좋다.

첫째, 시골은 아직까지 공기나 물이 오염되지 않아 건강한 자연이 존재한다. 신선한 공기, 맑은 물,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오염되지 않은 숲이 인간의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결과에서 밝혀지고 있다. 건강을 잃었던 사람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시골살이를 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거나 암을 이겨냈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실제로 필자의 이웃에 사는 분 중에서도 암으로 시한부선고를 받았는데, 무작정 산골로 들어와 절제된 생활을 하다 보니 암을 잘 이겨내고 10년 이상 잘 버티는 사람도 있다. 다만,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는 있다. 빨리 발견해서 일찍 산속에 들어와 요양을 한 사람은 그 병을 이겨내지만, 너무 늦어서 이미 임계점을 지난 환자는 산에 들어와도 회복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골생활은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느긋해지고, 급하게 할 일도 없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신체리듬도 좋아진다.[사진=구건서 작가]
시골생활은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느긋해지고, 급하게 할 일도 없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신체리듬도 좋아진다.[사진=구건서 작가]

둘째,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몸과 머리, 그리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다. 활동, 운동, 노동 모두 움직일 동(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골살이는 내가 스스로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힘들다. 따라서 자연스레 활동적이 되고, 의도적이 아님에도 운동을 하게 되고, 돈을 벌지 않더라도 노동을 하게 된다.

농사를 짓거나, 집을 고치거나, 눈을 쓸거나 하는 모든 활동이 육체적인 건강을 지켜준다. 다만, 너무 무리한 활동이나 운동, 노동은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역기능이 있으므로 적당하게 움직여야 한다. 시골생활은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느긋해지고, 급하게 할 일도 없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신체리듬도 좋아진다.

셋째, 함께 어울리는 이웃이 있어 서로 도와 가면서 품앗이도 하고 음식도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다. 강원도 산골은 특이하게도 집을 지을 때 경계에 담장을 쌓지 않는다. 남쪽 지방에 가보면 돌담이든, 흙담이든 또는 울타리든 담장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아예 담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 물론 도시에서 내려온 일부는 높다란 담을 쌓고 거기에 더하여 CCTV를 비롯한 방범 장치를 완비한 집을 짓기도 한다. 담이 없다보니 옆집에서 무얼 하는지 길에서도 보이고, 서로가 손 인사를 하는 등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다. 집을 고치거나 농사일이 바쁠 때는 옛날처럼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돌아가면서 식사를 대접하거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도 도시에서는 꿈꾸기 어렵다. 

필자가 만들고 있는 평창 ‘심심림’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그에 어울리는 캐치프레이즈로 ‘햇살 가득, 별빛 반짝, 달빛 은은, 바람 솔솔, 물결 찰랑 심심림으로 정했다. 낮에는 햇살이 창문너머에서 따사롭게 비추고, 밤에는 별빛이 아름답게 빛나며, 달빛은 은은하게 대지를 적셔주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로 솔솔 불고, 금당계곡의 물결은 찰랑거리며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이 안겨주는 아름다움과 정신적 여유, 그리고 삶의 평화가 심심림을 지켜주고 있다. 그리고 동네에 만능 재주꾼이 살고 있어서 어려운 일을 잘 처리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가끔 함께 소주도 마시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삼 시골살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든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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