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23) |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소중하다. 특히 사람의 생명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자살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이 가슴 아프게 들린다. 힘 안든 사람이 어디 있으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냥 살아내면 된다. 시련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고 장애물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다. 그냥 살아가자. 기왕 살 거라면 즐거운 일을 찾아보자. 인생살이가 어디 좋은 일만 있겠는가. 그냥 좋은 쪽을 자꾸 보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노인자살, 청소년 자살이 훨씬 많이 있지만 직장인의 자살도 꽤 많이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자살을 하는 장소가 집이거나, 아니면 직장이 아닌 밖에서 일어나므로 직장 내에서 자살을 하지 않더라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분실 자살한 열사도 있으며,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그 분을 이기기 못하여 자살한 경우도 있다. 직장내 성추행, 성희롱,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회사원도 늘어나고 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을 잘 참아내야 한다. 살아있는 것 자체로 축복이며 행복이다. 죽으면 다 잊어버리고 맘 편할 것 같지만, 인생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잊어버리지도 맘 편하지도 않다. 그냥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내가 사라진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살아남아서 세상을 바꾸는 게 옳은 방법이다.

자살을 뜻하는 영어 'suicide'는 자기 자신(sui)을 죽인다(caedo)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행위자 스스로를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한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반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며, 정치인, 기업인 등도 자살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외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대통령과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자살이 만연한 ‘자살공화국’이라고 전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삶의 재앙이 자살이다. 자살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우리사회 거의 모든 계층에 퍼져 있는 전염병과 같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향해 가는 산술적 선진국이 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간 1만5천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나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선진이니 복지니 하는 말은 이미 말장난 같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일본보다 약 1.5배 높고 중국, 홍콩과 폴란드, 미국보다 2배 높고 바레인이나 그리스보다는 10배 높다. 그리고 OECD 회원국 평균치 11.5명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볼 때 80세 이상이 127.7명으로 가장 높고 70대가 79명, 60대가 51.8명, 50대가 41.1명으로 8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대의 자살률보다 5배 이상 높다. 인구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은 80여명으로 일본(17.9명)ㆍ미국(14.1명)보다 네다섯 배 이상 높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 동기로는 노후 빈곤과 우울증, 노인 학대가 꼽혔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이든, 개인적 측면이 강하든 어떻든 자살을 막아야 한다.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실제로 자살이라는 행동이 이루어지고 나면 죽은 사람도 불쌍하지만 주변에 자살을 퍼트리는 바이러스가 된다. 우리는 모두 전 세계 70억 명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이다. 병들어 죽고, 암이 걸려 죽고, 사고가 나서 죽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자살을 예방하는 것은 국가, 사회, 기업, 개인 모두의 의무이고 역할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런 사람이 스스로 자살을 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잃어버린 희망을 찾는 책임은 개인, 기업, 사회, 국가 등 모든 주체들이 몫이다. 자살은 사회적인 문제이면서 개인적인 문제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인 자살의 결정권은 개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다. 국가와 사회를 탓할 수 있지만, 내 문제의 해결책도 내가 스스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그냥 뒤로 물러나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지 남이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남 탓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산다고 인생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자기 최면도 필요하다.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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