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생활 겨울철은 눈 덕분에 설국도 감상하지만 눈과의 전쟁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사진=구건서 작가]
산중생활 겨울철은 눈 덕분에 설국도 감상하지만 눈과의 전쟁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사진=구건서 작가]

라이센스뉴스=구건서의 산중필담⓸  |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동양화 한 폭이 산중에 그려진다. 함박눈이 밤새 소리없이 내렸나보다. 덕분에 온 세상이 하얀 설국으로 변한다. 소나무 위에도, 참나무 위에도 자연스럽게 하얀 눈꽃이 피어난다. 

나뭇등걸도 오늘은 하얀 갑옷을 입고 있다. 지붕과 마당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모든 사물에 흰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세상은 온통 하얗다. 앙상한 가지에 핀 눈꽃은 여기가 겨울왕국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평화로운 산골생활에 윙~윙~ 소리가 눈과의 전쟁을 알린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산속에 고립되기 때문에 외부와 연결되는 길을 내기 위한 각개전투를 하는 것이다.

바람을 뿜는 기기로 눈을 쓸어내는 것은 가벼운 눈이 내린 경우에나 가능하다. 충전 배터리로 가동하는 송풍기를 사용해 봤지만 강원도 산골에 내린 눈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습설에는 눈 치우는 삽과 빗자루가 최고의 연장이다. 

그리고 체력이 관건이다. 수백 미터의 길을 뚫는 것은 몇 시간이 걸리는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중노동에 등짝에 땀이 흐르고 허리도 뻐근하게 저려온다. 장갑을 끼었음에도 손가락이 얼얼하다. 

바닥은 이미 얼어있어 수시로 미끄러진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 때문에 방금 치운 길도 돌아서면 다시 하얗게 변해있다. 이 눈이 쌀가루라면 배고픈 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작업을 계속한다. 하얀 백설기라면 더 좋겠지만…….

필자의 반려견 덕수와 장미 [사진=구건서 작가]

발도 꽁꽁! 손도 꽁꽁! 언 몸을 녹이러 잠시 집안에 들어간다. 지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따끈한 쌍화차를 한잔 마시고 간식으로 군고구마도 한입 문다. 필자만 먹기 미안해서 반려견 덕수와 장미에게도 나누어주니 신나서 꼬리가 헬기처럼 힘차게 돌아간다.

이 녀석들은 눈 치우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먹는 것은 꼭 참견한다. 따끈한 차 한 잔의 행복을 음미하는 사이 눈발은 점점 더 세차게 변해간다. 그만 왔으면 좋으련만……. 하늘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듯 눈구름으로 덮여있다. 지친 몸이 녹으니 슬슬 잠이 온다. 핑계 삼아 낮잠을 청해본다.

한겨울 눈 오는 산골의 일상이 이렇다. 온종일 눈 때문에 중노동을 하지만 눈 덕분에 그동안 못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일석이조가 되지 않겠는가. 가벼운 산책만으로는 절대적인 운동량이 부족하니 이렇게 눈 오는 날이면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는 기회가 된다. 

눈 때문에 힘들지만, 눈 덕분에 운동을 하니 근육이 늘어나는 이득도 누린다. [사진=구건서 작가]
눈 때문에 힘들지만, 눈 덕분에 운동을 하니 근육이 늘어나는 이득도 누린다. [사진=구건서 작가]

눈 때문에 힘들지만, 눈 덕분에 운동을 하니 근육이 늘어나는 이득도 누린다. 동네 큰길은 제설차나 트랙터가 쌓인 눈을 치워주지만 산 위에 있는 필자의 산막 길은 오롯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옆집에 계신 분이 부지런하게 눈을 치워주는 덕분에 필자의 작업량이 많이 줄어들기도 한다.

내려가는 언덕이 급경사이다 보니 내려가다가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를 경험하기도 했다. 속칭 ‘블랙아이스’라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녹은 듯 보여도 도로 표면이 얼어있기 때문이다. 

얼음에 차가 미끄러지는 것은 차의 좋고 나쁨이나 숙련된 운전 기술도 통하지 않는다. 그냥 쭉~쭉~ 미끄러지는 차를 속절없이 지켜볼 뿐이다. 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길옆 언덕에 일부러 차를 부딪치기도 한다. 

나중에 견인차를 부르든지, 아니면 눈을 모두 치우고 바닥이 마른 상태에서 차를 빼면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눈 치우는 작업을 하면서 산중의 겨울은 깊어만 간다.


구건서 노무사
구건서 노무사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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