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반려견 덕수와 장미 [사진=구건서 작가]
필자의 반려견 덕수와 장미 [사진=구건서 작가]

라이센스뉴스 = 구건서의 산중필담③ | 지금 시간은 1월 중순 새벽 3시! 반려견 덕수와 장미가 오줌이 마렵다고 낑낑거린다.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측은지심이 발동했다. 

주섬주섬 대충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서 덕수와 장미 오줌을 누였다. 새벽 3시에 주인(사실은 필자가 머슴 역할이지만)을 깨우는 강아지 녀석들 때문에 잠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 덕분에 겨울철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매스컴은 1월 중 가장 따뜻한 날씨라면서 이상기후를 들먹이지만,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1월 한겨울에 들어보는 금당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눈이 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제는 특이하게도 온종일 여름철 장맛비처럼 비가 내렸다. 눈이 쌓인 길 위에 비가 내리니 길이 온통 빙판으로 변했다. 차로 조심조심 언덕길을 내려간다고 갔지만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겨울철만 되면 한두 번 경험하는 미끄럼 사고를 액땜하듯이 올해도 여지없이 답습했다. 눈과 비가 어우러진 진눈깨비를 치우느라 몸이 녹초가 된 상태로 일찍 잠이 들어 반려견 오줌을 누이지 않았으니 녀석들이 새벽녘 곤히 자는 필자를 깨울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필자가 사는 집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덕분에 여름이면 물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린다. 반면 겨울에는 계곡물 수량도 적고 더구나 얼음이 얼기 때문에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새벽 3시에 밖을 나가니 여름과 마찬가지로 계곡 물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자욱한 안개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물소리는 즐겨듣던 음악처럼 정겨웠다. 그 자연의 화음을 감상하는 특혜도 산중생활 재미 중 하나다. 이 또한 덕수와 장미의 생리현상 덕분이라 생각을 바꾸니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자연의 화음을 감상하는 특혜도 산중생활 재미 중 하나다. 이 또한 반려견 덕수와 장미의 생리현상 덕분이라 생각을 바꾸니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사진=구건서 작가]
자연의 화음을 감상하는 특혜도 산중생활 재미 중 하나다. 이 또한 반려견 덕수와 장미의 생리현상 덕분이라 생각을 바꾸니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사진=구건서 작가]

녀석들 덕분에 새벽에 잠이 깼으니 다시 잠자리에 들기보다는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책상에 앉았다. 마침 어제 택배로 받은 김승묵 교수의 “지적 대화에 필요한 유머와 위트”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산중생활의 자유인! 구건서 님께”라는 문구와 저자의 친필 사인까지 들어있는 책이다. 필자도 30년 이상 강의를 한 경험상 인간관계에서 유머는 약방의 감초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노동법은 ‘노사 간 생존에 관한 투쟁’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법이라는 생각으로 유머를 멀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 있는 교훈 3가지는 ‘첫째는 상대방이나 청중의 취항에 맞는 유머와 위트를 사용한다’ ‘둘째는 대화나 강의내용과 관계가 있는 소재를 활용한다’ ‘셋째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어야 한다’ 등이다. 와우~~ 진즉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강의를 좀 더 재미있게 했을 것이라는 반성이 앞선다.

뭐니 뭐니해도 인간관계에서는 상황에 맞는 칭찬이 가장 중요한데, 강의에 활용할 수 있는 2가지 유머를 챙겼다.

여성분에게 “예쁜 게 죄라면 앞에 계신 여성분은 사형감입니다!”라고 하면 누가 싫어하겠는가? 남성분에게는 “멋있는 남자를 잡아오라면 선생님은 지명수배감이예요!”라고 한다면 좌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상황에 맞는 유머와 위트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강의를 해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새벽에 반려견 녀석들 ‘때문에’ 일찍 일어났지만, 녀석들 ‘덕분에’ 한겨울 금당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 또한 덕분에 김 교수의 촌철살인의 유머를 배웠으니 이 또한 새로운 즐거움이 아닐까?


구건서 노무사
구건서 노무사

구건서 노무사(심심림 대표)
구건서 님은 공인노무사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중앙경제HR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평창 금당계곡에서 홉시언스족을 위한 심심림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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