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오아시스코리아 대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후 학교와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시차 출퇴근, 재택근무, 원격근무, 선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것은 고용노동부가 아무리 권장해도 이룰 수 없던 제도였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량생산 시스템에서는 근무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IT강국 디지털 시대에도 기업과 직장인 모두 딱히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았다. ‘보는 눈’이 없을 때 근무태만이 예상되고 근무평가도 공정할 수 없으리라는 불신감이 서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화상회의 맛을 본 기업들은 앞으로 그 전의 아날로그식의 모든 업무형태는 버리고 새롭게 모든 환경을 리셋중에 있다.
 
자율 출퇴근제, 재택근무 같은 유연한 업무 형태는 이전에도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시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과 세계경제는 이 유연한 업무형태를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새로운 일상’으로의 리셋을 권유아닌 강요하고 있다.
 
한 업무공간에 모여서 일해야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해서 유연근무제를 미뤄왔는데 이번의 강제적인 재택근무의 역습은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도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의사소통이 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유연한 업무 형태로의 변화는 회사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넓어졌다. 특히 경단녀들에게는 희소식일수 밖에 없다. 능력이 있어도 출근을 못하면 회사에 채용되지 못했으나 이제는 집이 회사와 멀어도 근무시간을 조율해서 실력만 있으면 채용이 가능한 세상이 열렸으니까 말이다.

업무형태의 변화는 고용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전에는 책상에 앉아 자기일을 늦게까지 하면 일잘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으나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순수하게 업무실적과 성과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일은 좀 못해도 과거에는 인간관계가 좋고 회사에 충성심이 있으면 그것 또한 업무능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공간이 사라지고 남는 것은 오로지 업무의 구체적인 성과와 실력뿐이다.
 
2018년 애플이 미국에서 고용한 직원 중 절반이 대학 학위가 없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입사를 원하는 대단한 애플에 다니는 직원의 절반이 고졸 이하라니, 학력과는 상관없이 실력만 있다면 채용되는 시대다. 

애플뿐만 아니라 강제적인 업무유연제를 경험한 모든 회사들이 꼭 필요하고 검증된 실력자라면 전공과 학위따위는 상관없이 진짜 필요한 인재들을 필터링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도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촬영편집을 전공한 업체에 의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도무지 원하는 자막과 스타일이 어려웠다. 그래서 직원들 중에 프리미어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업무 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을 지원받아 일을 맡겨보니 훨씬 더 퀄리티가 높은 영상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느꼈다. ‘일을 하는데 있어 전공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구나’ 편집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를 이해하는 센스에 달려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이 바뀌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보니 개인주의가 더 심화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개인주의를 더 가속화시키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밥먹는 것이 창피스러운 것이 아닌, 혼밥,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잡은지도 오래되었다. 

과거의 트렌드에 얽매여서 ‘나 때는 말이야~’라면서 과거에 머물러 있을지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여 내 자신을 다시 리셋하고 전력질주 할지는 바로 자신의 선택에 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사무실 없이 출퇴근 시간 없이 세계를 누비며 노트북 한대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 프로그래머와 유튜버에 한정되었던 일의 경계가 사라지는 멀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국과 전세계는 강제 리셋중에 있다. 경험과 실력이 충분하다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 살 수 있는 출퇴근이 자유로운 시대를 맞이 할 준비를 해야겠다. 

이태훈 칼럼니스트 
現 네마스쿨 대표
現 오아시스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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