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면 ‘설매실 고추밭 위 터 잡고’ 지은 소형주택
패시브 건축 기법 적용...몸도 마음도 따뜻

[사진=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제공]
[사진=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제공]

라이센스뉴스 = 윤경숙 건축사 | 소형주택의 경우 좋은 시공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운이 좋게도 패시브(Passive) 건축을 지향하는 시공사 ㈜이에코건설의 정병은 대표가 맡게 돼 다행이었다. 건축물에는 자연스럽게 설계에 없던 패시브 기법들이 적용됐다. 준공 후 건축주에게 문의해 보니, 한겨울에 방문해도 내부에 온기가 있다고 한다. 에너지절감 주택인 양평 소형 전원주택 히스토리를 소개한다. 


◆프로젝트의 시작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부부는 서울에 거주 중이지만 주말마다 한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울 인근에 작은 공간을 원했다. 이동 시간을 고려해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은 양평에 땅을 구했다. 

KTX 중앙선 매곡역 인근의 설매실은 약 20여 가구가 거주하는 아담한 농촌 마을이다. 건축주는 자동차뿐 아니라 기차를 타고 매곡역에서 내려 천천히 15분 정도를 걸어서도 갈 수 있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제공]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이 땅에는 뒷집 노부부가 임시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와 고추밭이 있었다. 비교적 대지는 평평했지만 도로가 경사져서 대지의 반 정도는 도로보다 평균 약 1m 정도 높다. 

대지의 동쪽으로는 낮은 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도로 아래로 논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마을회관과 이웃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지 뒤편에는 마을 이장의 오래된 가옥이 있었는데 작은집이 지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축했다. 

[사진=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제공]
[사진=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제공]

세계 여러 곳에 살면서 다양한 공간 문화를 경험한 건축주는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처음 땅을 구매하고 최소한의 예산으로 농막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원하는 공간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예산에 맞추어 신축을 결정하고, 고추밭이 있던 너른 대지에 아홉 평의 단층 건물을 통해 휴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구상했다. 


◆건축주의 요청사항과 계획의 방향 


건축주는 주어진 예산에 맞추면서 최대한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요청했다. 내부 프로그램도 하나의 개방된 공간에 화장실만 별도로 구획하길 원했다. 거주공간이 아니어서 주방도 최소화하고 작업과 휴식에 적합한 공간이 필요했다. 향과 전망에 적합한 다양한 크기의 오프닝과 마당을 향한 테라스 공간도 작더라도 만들길 원했고 어린 시절 집에 있던 가늘고 긴 창이 집 어딘가에 있길 희망했다. 

[사진=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제공]
[사진=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제공]

건축주의 요청사항과 대지 조건을 고려해 집은 마당을 향해 열리면서 동서로 긴 배치를 하고 박공지붕의 단순한 형태를 계획했다. 마당 풍경이 보이는 거실 창 앞에는 삼각형 모양의 테라스를 계획하여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경제적인 제약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공 기간을 줄이고자 경량 철골로 뼈대를 세웠고 건물의 형태를 단순화했다. 지붕과 벽은 하나의 마감재를 사용하고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흔하게 쓰이지 않는 골강판을 선택했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은빛 골강판 날 것의 느낌을 뒤로하고 차분한 느낌의 진한 실버 도장 마감을 선택했는데 우리는 절제된 느낌의 색상과 질감이 디자인 의도와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집 안은 좀 더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을 상상했다. 

차가운 금속 외장재와 대비되도록 천장과 벽체에는 머루사와 합판과 바닥에는 자작 합판으로 온화한 공간감을 연출했다. 창호는 숫자를 최소화하되 적절한 장소에 배치해 작은 집이 외부와 적절하게 소통할 수 있게 계획했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내부 공간 계획


평면도 [도면=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제공]
평면도 [도면=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제공]

방을 따로 구획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계획하면서 건물 동쪽의 나지막한 동산과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분리되길 원했다. 풍경을 품은 거실보다 조금 높은 마루는 많은 시간을 눕거나 걸터앉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마루 아래에는 이불이 수납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마루 한쪽에는 책장과 수납장을 놓았다. 도로에 가까운 쪽으로 화장실과 현관을 배치하면서 생기는 폭이 좁은 복도의 끝에는 폭이 좁고 긴 창을 배치하여 채광과 함께 건축주의 어릴 적 추억의 공간을 재현하였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현관 출입구는 작은 집이지만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계획하고 코트와 장화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깊은 수납장을 배치했다. 예산 때문에 조금 망설이기는 했지만, 현관 위쪽에 수납을 위한 작은 다락을 만들었다. 


◆시공 이야기


시공 기간을 줄이기 위해 기초를 제외한 벽체와 지붕을 경량 철골로 설계했다. 그런데 착공을 추운 겨울철인 1월에 하게 되면서 양평의 매서운 추위에 기초공사와 구조 공사가 쉽지 않았다. 어느 날은 영하 26도까지 내려가기도 해서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작은 집의 경우 좋은 시공사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운이 좋게도 패시브(Passive) 건축을 지향하는 ㈜이에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이에 자연스럽게 설계에는 없던 패시브 기법들이 적용됐다. 양평에서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건물이 되었다. 

에어로젤 시트가 동시에 타설되어 콘크리트를 통해 기초에서 생길 수 있는 열교 현상을 방지하고 겹겹이 그리고 꼼꼼히 둘러싼 단열재가 냉난방으로 쓰이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것이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준공 후 건축주에게 문의해 보니 한겨울에 방문해도 내부에 온기가 있다고 한다. 다만 비용상의 문제로 전열교환기를 설치하지 못해 완전한 패시브 건축이 되지는 못했다. 건물이 기밀한 만큼 전열교환기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설치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다. 

매월리 작은 집은 건축주와 설계하는 과정만큼 시공사와 디테일과 시공 방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작업했다. ㈜이에코건설의 정병은 대표는 패시브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건축 설계 경험까지 있어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구현하고자 애써 주었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다만, 조용한 마을에 공사를 하는 만큼 이웃 주민들의 과도한 관심과 간섭은 시공사에게 불편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마을 지하수를 사용할 수 없어서 심정을 팠는데 수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여러 차례 진행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지방에 집을 짓게 되면 도시처럼 지하수를 공급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부분들이 공사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준공 후 이야기


시중에서 판매되는 농막을 생각했던 건축주에게 규모가 작더라도 집을 짓는 것은 예산 면에서 부담이 가는 부분이다. 물론 건축가에게도 부담이다. 작은 집이라도 설계는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시공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감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시공사도 마찬가지다. 작은 건물이라고 빠지는 공사 없이 모든 공정이 필요하니 인건비와 자재 운반비 등이 면적 대비 상승하게 된다. 우리는 건축주가 가진 전체 예산안에서 설계비, 디자인 감리비, 그리고 시공비를 적절히 분배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주가 필요한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 다행히 불필요한 면적 없이 작업과 휴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인 9평을 계획했다. 작은 집을 원한다고 시작했다가 이것저것 필요한 사항을 의논하다 보면 면적이 넓어지기 쉬운데 다행이었다. 다만 거실과 접하는 테라스는 처음 계획보다 넓어졌다. 건물 뒤편으로 마당에서 사용하는 집기를 위한 작은 창고도 생겼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비용에 대한 걱정이 앞서 조경공사를 차후에 진행하기로 했는데 고추밭이었던 넓은 마당은 봄이 되니 풀이 무성하게 되었고, 전기 인입과 수도 공사 등을 하면서 기존 돌담이 훼손되어 다시 공사를 하게 되어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산에서 오는 물들을 우회시키기 위한 주변 정비도 필요했다. 수질 확보에도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한동안 물을 사서 먹어야 했다. 

한겨울에 시작한 공사는 봄이 되어서 마무리되었다. 양평의 겨울을 고려했을 때 1월 착공은 무리였던 것 같다. 지금도 시공사에게 이 점은 매우 미안하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9평의 작은 집은 천장이 높고 외부로 열린 시원한 창 덕분에 면적에 비해 여유 있게 느껴진다. 특히 공간을 벽으로 구획하지 않고 높이로 변화를 주어 구분하여 아늑함을 더한다. 마루에 앉으면 창밖으로 자작나무와 장독대 뒤로 낮은 숲을 보며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잘 수 있다. 

거실의 중앙에 놓인 테이블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식사하기 충분하다. 실내 면적은 작지만, 거실과 접한 테라스에서는 넓은 마당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의 짧은 휴식 시간을 청소하느라 애쓰지 않아서 좋을 것 같다.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제 작가) 제공]
[사진=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재형 작가) 제공]

준공 후 2년이 되는 작년 연말에 건축주께서 건축사와 시공사를 초대해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작은 집에서의 소소한 추억 이야기를 들었다. 매주 기차를 타고 매월리를 가서 가족과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 작은집을 즐기는 이야기를 평온한 일상 이야기를 즐겁게 들었다. 매월리 행이 언제나 즐겁다는 건축주의 이야기에 작은 집이 주는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건축개요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매월리 
대지면적 : 410.0㎡        
건물용도 : 근린생활시설
건축면적 : 31.29㎡   
연면적   : 31.29㎡(다락 : 4.77㎡, 연면적에 포함 안됨)
건폐율 : 7.63% (법정 20% 이하)
용적률 : 7.63% (법정 80% 이하)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철골조    
단열재 바닥 : 압출법보온판 특호 200T  
벽 & 지붕 : 비드법보온판 200T, 우레탄보드2종2호 110T 
외부마감재 외벽 : 착색 아연도 골강판
           지붕 : 착색 아연도 골강판, CRC보드    
창호재  : 레하우 THK47 로이삼중유리[5로이+5투명+5로이(16AIR)] 
에너지원 : 냉온풍기, 전기판넬
공사기간 : 6개월 (설계 2개월, 시공 4개월)  
설계·디자인감리 :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시공 :  ㈜이에코건설


윤경숙·차주협 건축사(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윤경숙·차주협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윤경숙(우)·차주협(좌) 건축사(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는 윤경숙·차주협 님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윤경숙 소장은 미국 뉴저지 주립공대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치고 Perkins Eastman Architects에서 5년간 근무 후 한국에 돌아와 구가도시건축과 아키플랜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현재는 서울특별시 공공건축가와 서울특별시교육청 꿈담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차주협 소장은 충북대학교에서 건축학사를 마치고 GA 건축사사무소와 아키플랜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5년부터 건축설계와 도시연구를 중심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시브 방식으로 건축 계를 진행하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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