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배 산업부장
박창배 산업부장

라이센스뉴스 = 박창배 기자 | 중국 기업의 공세에 우리나라 산업이 위협에 노출돼 있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까지 갖춘 중국은 이제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으로 압도한 분야 중 하나가 배터리 산업이었다. 그런데 배터리까지도 중국 기업에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약 51.5GWh로 전년 동기 대비 60.6% 성장했다. 1위 2위는 중국 CATL과 BYD가 차지했다. 국내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34.3%(5.9GWh) 성장하며 3위를 기록, 삼성SDI는 44.3%(2.5GWh), SK온은 19.1%(2.1GWh) 성장률과 함께 각각 5위와 6위를 기록했다.

특히 배터리까지 직접 만드는 중국 BYD가 무섭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기차 52만대를 팔아 테슬라를 추월해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등극했다. 아직은 중국 내수 비중이 크지만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2024년 2월 Global EV and Battery Monthly Tracker, SNE리서치)
(출처: 2024년 2월 Global EV and Battery Monthly Tracker, SNE리서치)

우리나라 거리를 활보하는 전기버스도 국내산 보다 중국산이 더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새로 등록된 전기버스는 중국산이 1372대(50.9%)로 국산 1321대(49.1%)를 제쳤다. BYD 전기버스는 작년에 400대 넘게 국내에 들어왔는데, 한번 충전하면 503km 주행이 가능하다. 한번 충전으로 420km 달릴 수 있는 현대 전기버스 보다 주행거리가 좋다. 그런데 가격은 BYD 전기버스(2억 원)가 현대차(3억 원) 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다.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배터리 덕분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 배터리가 한국 배터리보다 30%나 저렴하다. 한국의 주력 상품은 삼원계 NCM, 즉 희귀 금속인 니켈·코발트·망간을 쓴다. 이는 주행거리가 긴 대신 가격이 비싸다. 반면 중국 배터리는 LFP, 즉 리튬·인산·철을 쓴다. 이는 철이 주재료여서 NCM 보다 무겁고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성능 삼원계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시장판도가 LFP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삼원계만 쓰던 미국 테슬라까지도 보급형 모델에 LFP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내 업체들도 한수 아래로 평가했던 LFP 배터리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LFP 분야는 중국이 더 앞서 있다.

중국의 기술경쟁력 원천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과 인력이다. CATL 연구개발인력은 2018년 4217명에서 2022년 1만6322명으로 4년 만에 4배나 늘렸다. 연구개발인력이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전체 직원 수(1만1,080명) 보다 많은 셈이다.

배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2년을 기점으로 건설, 정보통신, 국방, 기계 등 중요 11대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분석했다. 첨단기술로 넘어가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장 대통령)에서 심의·의결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가별 기술 수준은 1위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연합(EU) 94.7%, 일본 86.4%, 중국 82.6%, 한국 81.5%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기계·제조, 우주·항공 등 11대 분야 136개 기술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인공지능(AI), 반도체·디스플레이, 양자, 수소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세부 평가에서도 중국은 86.5%를 기록해, 일본(85.2%)과 한국(81.7%)을 뛰어넘었다.

중국은 이미 많은 기술이나 산업에서 우리의 위에 있거나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것은 반도체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중국은 반도체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쏟고 있다. 반도체 또한 언제 따라잡힐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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