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김성수 교수
경희대학교 김성수 교수

[경희대학교 김성수 교수] 대한민국은 주요 7개국(G7) 회의에 초청받기도 했고,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의 첨단 기술 산업도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지 오래다.

케이(K)-팝에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영화와 드라마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등 우리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놀랄 만한 경제성장 배경의 이면에는 경제성장을 이끌던 국민들의 근면성과 이에서 파생된 높은 교육열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성장동력이라 여겼던 교육열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부담이자 병폐로 변질되어 자리잡기 시작했다. 명문대 입학이 곧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었으며, 명문대 입학을 위하여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입시지옥을 치르고, 중등학교부터 입시 전쟁터로 변했다.

정부는 여러 교육 정책들로 개선을 시도했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학력연령 인구의 감소는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쏠림을 심화시켜 교육기관 간 비대칭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명문대 수가 적다는 것과 명문대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국가균형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선진국 진입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올해까지 13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그동안 경제는 약 40% 성장했으며, 물가와 인건비는 따라서 상승했다. 유지· 보수비가 부족한 탓에 거점국립대학에도 빗물이 새는 건물과 창고처럼 낡은 강의실이 생기고 있으며, 공간이 부족한 일부 교수들은 연구 장비를 복도에 설치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대학의 현실이다. 정부가 대학생한테 지원하는 공교육비가 초등학생에게 지원하는 교육비보다도 적으며, 초·중등학교 교육환경만도 못한 대학이 있지만, 정부는 대학의 재정지원 확대에 아주 인색하다. 초·중등교육은 의무교육으로써 복지의 성격을 내포하지만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혁신을 위한 투자적 성격을 지닌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복지와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를 동일선상에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은 국가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럽 대학들이 중세·근대 학문을 선도하던 시기에는 유럽이 세계패권을 주도했고, 미국 대학들이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인정받는 20세기 후반부에는 미국이 세계패권을 주도했다. 그리고 중국이 유수의 세계적인 대학을 양성하여 세계패권의 양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주는 울림은 적지 않다. 즉, 대학의 국제적인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이자 잠재적인 국력의 지표를 나타냄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드는 현재의 시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 교육은 총체적으로 점검되고, 근본적으로 개혁을 위한 고찰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시작은 전문가들과 교육 단체들이 제안한 것처럼 서울대와 거점국립대학 9개를 묶어서 10개의 통합권역별 대학체계를 전국에 구축해야 한다.

학생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양질의 교육을 받고 산업현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프리미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 입시지옥의 해소와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들도 해결될 것이다.

대대적인 지원과 개혁을 통하여 권역별 대학체계의 중심대학을 세계적인 연구 중심, 그리고 미래형 교육 플랫폼 대학으로 만들어서 세계 수준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각 캠퍼스를 그 지역에 맞게 특성화하여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우리가 유학을 갔던 유럽, 미국 및 일본의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에 매력을 느끼고 유학을 올 수 있도록 대학들도 획기적인 쇄신과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국가 백년대계의 중심인 대학개혁을 시작으로 교육혁신을 해야 할 때다.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재정 지원의 제도화 노력을 더는 늦출 수 없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다. 근래 국가혁신은 ‘정부·산업체·대학’의 삼중 나선구조를 기반으로 맞물리며 이루어진다. 우리 대학이 미래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충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 김성수 교수

한양대학교 경영학 박사

現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現 세계한인무역협회 부설 국제통상전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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