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구조조정안 표결 통과…내달 법원 최종 승인만 남아
확정 부채 203조원…민관 공동으로 7조원대 자금 '수혈'

베이징의 HNA그룹 빌딩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의 HNA그룹 빌딩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라이센스뉴스 = 김지훈 기자 | 25일 중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빚을 내 해외 자산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다가 경영난에 빠진 중국의 대형 민영기업 하이난항공(HNA)그룹이 지난 23일 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채권단이 표결로 자사를 항공·공항·금융·기타 사업의 4개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파산 구조조정안을 통과시켰다고 공지했다.

HNA그룹 파산 구조조정 사건을 주관하는 하이난성 법원은 이번 표결이 파산법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안은 내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결정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9월 진행된 채권인 회의에서 하이난항공의 총부채는 1조1천억 위안(약 203조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구조조정안이 확정돼 시행되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국유기업 하이난성발전지주와 민영기업 랴오닝팡다(遼寧方大)그룹이 380억위안(약 7조원)을 주력 회사인 하이난항공 등 HNA그룹 계열사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1월부터 시작된 HNA그룹의 파산 사태는 정리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HNA그룹의 일부 채권자들은 지난 1월 법원에 파산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하이난성 법원은 지난 3월 "회사가 짊어진 부채 규모가 방대하고 시스템적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에 커다란 압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파산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다.

중국 파산법상으로 파산은 남은 자산을 모두 처분해 채권자에게 나눠준 뒤 해당 법인을 없애는 파산 청산 절차와 채무조정 및 추가 투자를 통한 파산 구조조정으로 크게 나뉘는데 회사의 존속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청산 대신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된다.

거대한 규모의 부채로 위기에 빠진 HNA그룹의 구조조정 사례는 최근 파산 위기가 불거진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헝다가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게 되면 채권자들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 구조조정 또는 청산 절차가 본격화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기사에서 "HNA그룹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선례가 될 수 있는데 이 사례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돌려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위기에 빠진 민영기업에 국유기업 주도의 민관 자본 컨소시엄이 자금을 수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최대 가전제품 판매 회사인 쑤닝(蘇寧)이 위기에 빠지자 장쑤성 정부는 지난 7월 국유기업인 화타이(華泰)증권과 알리바바 계열사 타오바오(淘寶)·샤오미(小米)·하이얼(海爾)·메이디(美的)·TCL 등 민영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 펀드인 '장쑤 신유통 혁신 펀드 2기'를 조성해 구제에 나서게 했다.

중국의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 그룹은 해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급속히 종합 기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절정기인 2015∼2017년 인수·합병(M&A)을 통해 힐튼호텔 지분, 도이체방크 지분, 홍콩 부동산 등을 대거 사들이는 데 400억달러(약 45조원)를 쏟아부었다.

HNA그룹은 주로 중국 대형 은행에서 끌어낸 차입금을 활용해 이처럼 급속히 몸집을 불렸는데 이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중국 권력층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6년 대규모 자본 유출 사태를 겪은 중국이 2017년부터 과도한 차입금에 의존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던 안방(安邦)보험, 완다그룹, HNA그룹 등 중국의 대형 민영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HNA그룹은 자금난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HNA그룹의 공격적 팽창 경영을 주도한 인물인 왕젠(王健) 전 회장은 2018년 7월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에서 의문의 추락 사고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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