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중간결제회사에 보험금 청구 중계기관 맡겨..국내 도입안과 유사
영국, 20년 간 정보유출 사건 ‘0건’..보험금 지급 및 시간·비용 절감 등 효과 커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라이센스뉴스 = 정재혁 기자 |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도입 여부를 놓고 국내에선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10년 넘게 대립하고 있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해당 제도를 도입해 비용 절감 및 정보보호 강화 등 사회적 편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소속 정성희 연구위원은 1일 ‘해외 민영 건강보험의 청구전산화 사례와 시사점’ 리포트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보험금 청구전산화 사례를 각각 소개했다.

국내 의료시장에선 소비자가 실손보험을 갖고 있어도 진료비를 의료기관과 직접 정산한 후 이를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상환제’를 시행하고 있어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소비자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직접 종이로 된 진료비 및 약제비 증명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보험가입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인 ‘제3자 지불제’는 소비자가 의료서비스 이용 후 진료비 정산 및 청구 관련 서류를 발급받는 절차가 일체 없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이러한 소비자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10여년 넘게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 측에선 환자 개인정보 유출, 행정업무 부담 가중, 비급여의 정부 통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해외 사례를 보면 의료계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프랑스의 경우 보험가입자가 진료 후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하고, ‘의료기관-중계기관(건강보험공단)-보험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가입자는 의료서비스 이용 후 보험금 청구를 위해 건강보험카드를 병원에 제시하며, 병원은 전자청구서 전송 시 의료인 카드를 삽입하도록 함으로써 담당 의료인에게만 환자의 의료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중계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전자정보전송시스템 사용에 대해 계약을 맺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전자정보전송에 동의한 보험가입자의 전자청구서를 전송한다. 보험사는 전자청구서를 전송받은 후 통상 48시간 이내에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한다.

영국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중계기관을 두고 있지만, 그 역할을 건강보험공단이 아닌 중간결제회사가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중간결제회사는 영국 최대 건강보험회사인 Bupa의 추진으로 지난 2000년에 설립됐다.

현재 영국에서 민영건강보험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보험사는 중간결제회사를 통해 의료기관들로부터 전자청구서를 전송받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중간결제회사를 통한 전자청구 활용을 통해 신속한 보험금 정산, 시간 및 비용 절감, 환자 정보보호 강화 등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 민영의료기관에 따르면 기존의 주당 45~50시간 소요되던 행정적 절차가 전자청구 이용 후 주당 25~30시간으로 40% 이상의 시간이 절약된 것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환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2000년 중간결제회사 설립 이후 현재까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보위원회(IC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의료부문 정보유출(420건) 중 비전자 방식으로 인한 건이 전체의 90%(380건)을 차지하는 등 종이서류 방식을 통한 정보제공에서 정보유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보험업계가 추진 중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방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중계기관 역할을 맡긴다는 점에서 영국보단 프랑스의 사례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사례처럼 지난 2018년부터 개별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ICT 사업자를 중계기관으로 두고 청구전산화를 추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실손보험 청구건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병·의원들의 참여가 없어 활용 실적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약 75%가 가입하고 있고, 연간 청구건이 1억건 이상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실손보험의 청구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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