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87세 그녀에게서 외적인 멋이라는 것은 모두 사라졌다.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주름살은 더 이상 자리가 없을 정도로 얼굴에 꽉 차있다. 이제 주름은 깊어지는 일만 남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얼굴에 돗수 높은 안경이 걸려 눈만 커져 보기가 역겨울 정도다.

그처럼 볼품없는 그녀지만 매력은 철철 넘친다. 그래서 주변에 머무는 사람이 많다. 잘 해 주어서가 아니다. 잘 해 주기는 커녕 눈에 띄면 욕 얻어먹기 일쑤다. 나도 예외가 없다.

“또?”

나를 만날 때마다 불평이다.

“우리 제발 좀 보지 말자.”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 젓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녀가 누구보다도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천재적인 반어법을 사용하는 그녀가 훨씬 박력 있어 보인다. 숱한 독서가 가져다 준 사람 관계 최대의 병기다.

쉴새없이 읽는다. 지나다가 벤치만 보아도 않아서 읽고 밥 먹기 전에도 읽고 밥 먹고 나서도 읽는다. 독서에 광적이다. 평생을 저렇게 살면서 머리에 쌓은 지식은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쌓게 만들었다. 누구 앞에 서도 당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와도 인간적 무게는 기울지 않을 것 같다.

그녀를 보면서 큰 사람이 어떻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이기지 않는다. 질 필요도 이길 필요도 없다. 그냥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일 뿐이다.

그녀는 돈이 많다. 살만큼은 벌어 놓은 것이다. 아들도 의사여서 돈을 돈으로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산다. 그런데도 아직도 직장에서 단순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에게는 껌  값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왜 그 나이에 그 몸으로 은퇴 없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그녀는 그 돈들을 수많은 자선 단체들에 기부하거나 아니면 자선 단체들에서 판매하는 많은 것들을 좀 과다하게 구입한다.

특히 그녀는 자선 단체에서 만드는 카드들을 구입해 회사 탁자 위에 올려 놓는다. 수북이 쌓여있는 카드들을 직원들이 마음에 드는 대로 공짜로 가져간다. 그리고 그 카드들을 생일 축하용, 아니면 감사 카드로 사용한다. 좋은 일을 겹치기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달관? 그녀의 표정에서 낙담이나 두려움을 읽을 수가 없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그녀는 표독한 얼굴로 온갖 살인적인 매력은 몽땅 지닌 채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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