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서양화가 장소영 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서양화가 장소영 작가

[장소영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모피의 계절이 돌아왔다.

패션산업에서 ‘모피’는 남들과 구별되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해서, 매년 색다르고 고급스럽다는 의미를 부여해 소비자의 구매를 부추긴다.

우리나라는 겨울 평균 기온이 0~15℃ 사이로 추운 날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세계 3대 모피 소비국으로 뽑힐 만큼 모피사랑이 유별나다.

6.25전쟁 및 IMF로 인해,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모피를 선택한다.

(사진 = Getty Images/iStockphoto)
(사진 = Getty Images/iStockphoto)

모피의 종류에는 밍크, 여우, 친칠라, 토끼, 너구리 등이 있다.

아름다워 보이는 모피코트는 보기와는 다르게 수많은 동물들의 처절한 괴로움을 거쳐 만들어진다. 모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온몸의 가죽을 벗겨내는데, 그 이유인 즉, 죽은 뒤 벗겨내면 사후경직이 일어나면서 털이 뻣뻣해져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와, 모피 생산비용을 절감하기위한 이유에서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동물들의 가죽을 마구 벗겨내는 것이다. 당연히 ‘마취’와 같은 최소한의 배려도 전혀 없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목소리가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는 동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좁은 우리 안에서 다른 동물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동물들 역시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의 다리나 신체의 일부를 물어뜯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사진 = peta anti fur campaign)
(사진 = peta anti fur campaign)

가죽이 홀라당 벗겨진 밍크나 여우같은 동물들은 가느다랗게 붙어있는 숨을 겨우겨우 내쉬며 핏물로 붉어진 몸뚱이를 눕힌 채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서글픈 눈물을 머금고 고통이 멈추기만을 기다린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고기를 먹는 것도 동물 학대가 아니냐. 고기를 먹는 것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는 “완벽하지 않다면 모든 사람은 그 누가됐든 마찬가지”라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으로 “육식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며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리는 것은 육식을 하는 사람에게 비난을 돌려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과 같다.

모피 코트 1벌에는 80마리의 밍크가, 친칠라 코트 1벌에는 100여 마리의 친칠라가 희생된다. 

한해 9000만 마리의 밍크가 산채로 온몸이 찢겨진다. 오로지 아름다운 패션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학대’라는 잔인함은 모피동물에게는 ‘패션 산업’에 불과하다. 사지 않아야 팔지 않으며,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굳이 모피가 아니더라도, 페이크 퍼(fake fur) 와 에코 퍼(eco fur)와 같은 ‘비건 패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나타 낼 수 있다.

모피의 잔혹함을 알게 된 지금, 우리는 동물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는 ‘잔혹한 몸치장’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피를 소비하지 않는 것은 ‘목소리 없는 약자’의 고통을 줄이는 실천이며, 생명체와의 윤리적 공존을 향한 ‘인도적 성찰’의 첫걸음이다. 

이번 겨울, 당신은 잔혹한 몸치장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윤리적인 공존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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