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새마을금고, 경비인력 부재로 강력범죄에 ‘속수무책’
시중은행, 경비원에 ATM출납·차량점검 지시..“경비업법 위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라이센스뉴스 = 정재혁 기자 | 며칠 전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금융기관 내 경비원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새마을금고 지점의 경우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부재해 사건의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금융권과 달리 경비원을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 은행도 상황이 썩 나은 편은 아니다. 은행경비원들의 경우 경비업무 외에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보니, 정작 본업인 경비 업무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어 자칫 제2의 새마을금고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대구 새마을금고 살인 사건 발생..경비인력 전무(全無)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 동구 신암동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근무했던 전 임원인 60대 A씨는 지난 24일 오전 해당 지점을 찾아 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직원 2명이 사망했다. A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농약을 마셨고 27일 새벽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마을금고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 경비인력이 없어 강력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나 지역 농협과 같은 제2금융권의 경우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과 달리 경비인력 고용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지방의 소규모 지점이 강도 등 강력 범죄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지난 2018년에도 무려 네 차례나 강도 사건이 발생했는데, 4개 지점 모두 경비인력이 전무했다. 이번 대구 새마을금고 건도 경비원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 시중은행 경비원, ‘경비 외 업무’ 여전..‘제2의 새마을금고 사태’ 우려

시중은행은 제2금융권과 달리 지점마다 경비인력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은행 지점을 가더라도 은행경비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겉모습만 봐선 경비원보단 은행원에 더 가깝다. 대부분의 지점들이 경비원들에게 경비업무 외에 고객 안내 및 각종 잡일을 부여하고 있다 보니, 이런 업무에 적합한 복장을 경비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은행경비원을 ‘로비 매니저’로 부르는 것도 비슷한 예다.

은행경비노조준비위원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한 지점은 경비원에게 ▲은행ATM 모출납 및 마감 업무(현금 보충) ▲상·하수도 서류 전달(지점 외근) ▲은행 직원 차량점검 ▲ATM 점검 및 수리 ▲은행에 필요한 비품 구입 ▲BPR(문서작업) 마감 업무 등을 시키고 있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은행 경비원의 이러한 업무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경비업법 제15조의2 ‘경비원 등의 의무’는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태훈 은행경비노조준비위원회 대표는 “은행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업무를 시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본점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지점에 공문을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일선 지점에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점 내 경비인력이 없거나 경비원이 경비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면 강력범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며 “2금융권의 경우 신속히 경비인력을 충원하고, 은행들은 지점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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