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 칼럼니스트
김경옥 칼럼니스트

좋은 회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좋은 친구는 과연 어떤 친구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에 적용되는 사안들을 개인에게 적용했을 때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이 개인의 상황을 기업에 적용해도 일견 해법이 풀리는 듯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저 지인의 단계를 넘어서서 친구의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와 내가 서로의 힘듦을 보살피고 서로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발생하는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온 우주에 덩그라니 나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가치는 세상을 나 혼자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각하게 해 주는 데 있을 것이고  내가 그러한 사실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는 평상시보다는 어떤 극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외롭고 서러울 때는 아플 때인 것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상황이 닥칠 때 누군가를 더욱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럴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 또는 내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아니면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옆에 있어주거나 도와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는 사람을 우리는 친구라고 부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간관계에서 지인이 아닌 친구로 판명되는 타인은 많지 않다. 타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보살펴 주는 사람도 적거니와 심지어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를 위로해 주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아, 저거 봐. 나는 저런 상황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야 인간은 본디 자기 자신의 안위를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본성이니 당연한 수순이라 하더라도, 그럼 그렇게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의 불행이 아님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던 그 사람들이 그 불행했던 타인이 그런 피눈물 겪던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재기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 저 이는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 상황에서 저렇게 다시 일어서다니, 정말 위대해”라고 생각할까? 

아마 그는 바로 얼마 전, 아니면 몇 년 전에 그가 그렇게 무너졌을 때를 생각할 것이다. 그때는 분명 나보다 상황이 안 좋았었는데, 지금은 누가 보아도 나보다 좋은 상황이라면 그는 이때 진심으로 그 사람을 축복할 수 있을까? 

아마 속으로 그는 질투할 것이다. 불행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그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라는 사실에 그는 질투할 것이다. 다만 만약 이러한 수순을 밟지 않고, 그저 아픔을 함께해 주고, 기쁨을 제 일처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좋은 친구일 것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복리 후생을 잘 해주고, 휴가를 잘 쓰게 해 주고, 하는 것들도 다 좋다. 하지만 정작 직장인인 내게 회사의 울타리가 필요한 순간은 평상시와는 다른 어떤 이벤트가 생겼을 때이다. 

회사의 일도 업무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안 좋은 일도 생기고, 좋은 일도 생길 것이다. 이때 회사가 내게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회사를 장기간 다녀도 되는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업무적으로 생기는 문제라는 것에는 사람이 얽히지 않을 수가 없고, 거기에는 타 부서도 있을 수 있고, 고객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이벤트가 생긴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개인의 본성인 것처럼, 기업 입장에서도 이미 발생한 어떤 이벤트를 대할 때, 기업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게 되는 것이 기업의 본성일 것이다. 

만약 직원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방이 고객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직원을 구제하지 않는 다면 그 기업은 절대 좋은 회사가 아니다. 기업에게 약간의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직원을 보호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 좋은 회사인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감수한 손해는 장기간으로 보았을 때는 오히려 기업에게 이득으로 돌아갈 것이다. 개인이 타인을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진심으로 대할 때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기업도 (혹여 자신의 이익에 반하더라도) 직원을 보호하는 행동을 통해 우수한 로열티를 갖춘 직원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옥 컨설턴트
現 커리어앤스카우트 헤드헌터·커리어코치
前 서울 주요 대학 경제학·무역학·경영학 강의
삼성SDS 재무경영팀 근무·삼성그룹 대졸 공채 47기
성균관대 공학사·경영학석사·경제학(무역학) 박사수료
저서 싸구려 월급 미친 세금 커리어 독립플랜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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