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경제감각 익히는 미국 아이들

강샘 칼럼니스트

아파트 입구에 있는 잔디밭에 두명의 장사꾼이 들어섰다. 한명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또 한명은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다. 이들은 잔디밭에 조그만 테이블을 펴 놓고 거기에 과일 주스 한병과 겹겹이 올라간 플라스틱 컵을 쌓아 놓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가격표도 붙여 놓았다. 한 컵에 50센트. 한화로 600원쯤 될 것 같다.

깜찍하다기 보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받는다. 한국 아이들과의 비교에서 나온 감정이다. 고국을 떠나온지 워낙 오래 되어서 현재의 한국정서를 정확히 모르지만 지금도 자녀들을 아파트 공터에 음료수 장사하라고 내 보내는 부모는 없지 싶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말리기는 커녕 독려한다. 이득을 남기던 못남기던 그런 것은 둘째 문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나름대로 키워지는 경제 감각 그 자체를 만족해 하는 것이다.

잔디밭에 깔아 놓은 장기판 만한 좌판에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무시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주스 한병의 가격은 2달러 안쪽으로 한화로 2천원 정도할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를 졸라 마켓에 가서 주스를 사들며 머리 속에 많은 상상을 할 것이다. 이걸 사서 컵으로 나누면 20개 정도는 나오겠지. 그걸 다 팔면 10달러 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 다섯배 장사네 하면서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막상 아이들은 좌판을 차려 놓고 많은 문제에 부디치게 될 것이다. 우선 고객 20명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아이들이 영특하면 그 이유를 캐기 시작할 것이다. 가격 문제인가? 장소 문제인가? 아니면 서비스의 문제인가? 설령 그런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깨닫는 것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 다음 장사 때는 방법을 발전 시켜 시도할 것이다. 거기서 얻어지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저런 단순한 시도가 미국을 세계 최 강국으로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미국 정서를 가진  내 아들 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려서 부터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해 왔다. 학교를 마친 후 가가호호 방문하며 집 고칠 데 없느냐고 물었고 초콜렛을 사달라고 사정했다. 그것을 학교에서 시켰고 고용된 회사에서 시켰다. 어린 나이에 식당에서 일하며 갑질하는 손님을 만나 창피를 당한 게 한 두번이 아니고 매니저한테 야단 맞고 화장실에 가서 운 것이 한두번이 아니란다.

학교는 또 웬 강매를 그렇게 많이 시키던지. 학교에서 기부금을 받아 오던지 아니면 물건을 팔아 오라고 시키는 바람에 주말이면 발이 닳도록 동네를 도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같으면 얻는 주제에 굽신거리기라도 하겠더만 아이들은 마치 빚진 돈이나 받는 것처럼 당당하게 요구, 혹은 강매(?)를 했고 이웃들은 거기에 잘도 호응해 주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무서워져 갔다. 술에 취한 진상 고객 한방에 물리치는 법도 배우고 갑질 매니저 기가막히게 처리하는 법도 배우고 견딜 수 없는 일하는 장소에서는 시원하게 한방 터뜨리고 나와버리는 법도 배웠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하면 자기가 소속된 단체를 키우는 법과 상황을 이용해 자기를 발전 시키는 법도 배웠다.

공부에만 신경 쓴 아이들과 초중고등학교 10여년을 저렇게 실전을 경험하며 큰 아이들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공부에 너무 집착해 아이들을 키워왔다. 공부는 자기 성장을 위한 한 부분, 혹은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공부에 대한 맹신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에 한국의 학교에서 수능을 앞둔 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돈벌이를 시켰다면 어쩌면 그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성장해서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키우려면 학업에만 전념하게 할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밖으로 내 보내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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