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 칼럼니스트
김경옥 칼럼니스트

“내일 오전 일찍 면접이에요. 오늘 술 마시면 안 되셔요. 아셨죠? 절대 일찍 집에 귀가 하시고요. 꼭 컨디션 조절 잘 하셔야 합니다.” 

면접이 이른 아침에 시작되는 경우 나는 꼭 전날 전화해서 후보자가 혹시 그 전날 회식인지, 아니면 술을 먹는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야근이 있는지를 살핀다.

다들 성인이므로 알아서 면접에 참석하도록 그냥 두어도 상관없지만 꼭 전날 전화해서 후보자의 컨디션을 챙기는 것은 생각보다 후보자가 면접 당일 자신의 컨디션을 잘 돌보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니, 면접장에 늦고 하는 것은 이직에 대한 의사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니야?”라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딱 그렇지만은 않다. 이직에 대한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후보자들의 경우나 시험 삼아 지원하려는 후보자들의 경우에는 기업에 추천하기 전 내가 주문하는 일련의 것들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추천 전에 다 들통이 난다.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이력서를 받고 나면, 재직회사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이직 사유를 질문하고, 연봉 내역을 질문하고, 공백기간에 대하여 확인한다. 이러한 이유는 기업에서 후보자의 이력서만을 보고 이 사람이 어떤 경력을 쌓아 왔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이러한 과정 중에 이직 의사가 분명치 않은 분들은 자연스레 지원을 포기하게 된다.

또한 면접 대상자가 되면 경력과 연봉을 증빙할 수 있는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도 “시험 삼아 면접 한번 봐 보겠다”는 분들은 판가름이 난다. 그러므로 담당 헤드헌터인 나의 요구에 대해서 성실하게 대응을 했던 후보자들은 이직에 대하여 그 지원의사가 확고하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인지라 어떤 상황에 있어서 간혹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헤드헌터는 대체로 후보자들보다 이러한 채용 과정에 대한 경험이 더 많으므로 이들이 실수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실수를 방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면접 전날, 면접 일에 늦지 않도록 일정을 확인해 주는 것도 그러한 일 중의 하나이다.  

간혹 이런 일들이 실제로 발생한다. “저 면접장에 일찍 도착해 있습니다. 시간 맞춰서 올라가겠습니다”라고 연락을 받고 담당 헤드헌터는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후보자가 미리 도착해 있으며 시간에 맞춰서 들어갈 것이라고 안내한다. 

그런데 잠시 뒤 기업 담당자로부터 후보자가 아직 면접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급하게 찾는 전화가 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후보자에게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나중에 확인된 것은 후보자가 인근 카페에서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1차 면접은 기업에서 양해해주어 늦게라도 진행이 되었다. 그 후보자는 사실 해당 기업에 지원의사가 굉장히 높았으며 우수한 이력을 가진 후보자로 면접에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1차를 통과하였고, 2차 면접 대상자가 되었다. 

그러나 2차 면접관 중 한 임원이 나중에 이 사실을 확인하고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하여 무산이 되었다. 해당 후보자는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도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에 재직 중이었으나, 경력개발 차원에서 몇 가지 사정으로 해당 기업에 꼭 입사하고 싶어했던 후보자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대체 어느 모로 보나 훌륭한 학력과 이력을 가진 그는 왜 그날 아침 깜빡 잠들었던 것일까? 취업, 이직이 무수히 이루어지는 취업 이직 현장에서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웃지 못할 일들은 언제나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다져진 노하우라는 것들은 어떠한 특이변수에도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것이고, 취업 시장의 한복판, 이직 시장의 현장에서 뛰는 헤드헌터가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여 기억한다면 그는 취업시장의 현명한 조언자가 될 것이다. ‘진짜’ 전문가는 현장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지원자들은 본인을 담당하여 진행하는 헤드헌터가 만약 취업, 이직 시장에서의 노련미를 갖추고 있다면 그를 십분 활용하여 취업 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김경옥 컨설턴트
現 커리어앤스카우트 헤드헌터·커리어코치
前 서울 주요 대학 경제학·무역학·경영학 강의
삼성SDS 재무경영팀 근무·삼성그룹 대졸 공채 47기
성균관대 공학사·경영학석사·경제학(무역학) 박사수료
저서 싸구려 월급 미친 세금 커리어 독립플랜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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