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고용노동부, 기능경기대회 개선안 발표
학습권·건강권 보장, 대회수준제고·산업변화대응
전교조, 기존 정책 ‘되풀이’뿐…실효적 대안 필요

기능경기대회 개선 방안 주요 방향 (자료제공=교육부, 고용노동부)
기능경기대회 개선 방안 주요 방향 (자료제공=교육부, 고용노동부)

라이센스뉴스 = 김예진 기자 |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지 두달 여의 시간이 지났다. 정부는 과잉 경쟁을 완화하고 기능 경기대회 수준을 제고하는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산업계 수요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반영해 직종을 개편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선방안이 이전의 실효성 없는 정책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비민주적인 폭력이 반복되는 경쟁구조를 개선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월 24일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은혜)와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발표했다. 

기능경기대회는 1966년 처음 시작돼 지난해까지 35만 900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대회 준비 학생의 자살로 드러난 과잉 경쟁, 직종의 산업현장성 부족, 입상자 취업 저조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학습·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에 중점을 둬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능경기대회 개선 방안으로 크게 네 가지 추진 과제가 설정됐다. 첫 번째로 과도한 경쟁구조 완화를 위한 계획이다. 먼저 전국대회 참가 자격을 지방대회 우수상 입상자까지 확대한다.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를 폐지한다. 또 공동 메달제를 도입하고 상금 위주의 포상 방식도 개선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대회 운영방식을 개편한다. 현장성, 취업 연계성 향상을 목표로 신산업·디지털 분야 직종을 신설한다. 검토를 통해 사양 직종은 절차에 따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년 연구를 통해 특성화·직업계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산업체 수요를 파악하고 직종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부와 일반부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대회 종료 후 다면평가, 선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지방·전국대회 개최 시기를 조정해 통합하는 계획도 마련됐다. 

세 번째로 대회 환경·여건을 개선한다. 학교 밖에서도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 진흥원 내 기능경기 특별반을 운영한다. 29개 직종, 연간 2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2월부터 8월까지 편성할 계획이다. 또 일자리 업무협약, 전국대회와 연계한 취업박람회 등을 통해 참여자들의 취업 지원에도 나선다. 

마지막으로 학습권·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경기대회 준비·운영 기준을 마련한다. ‘기능반’을 ‘전공 심화 동아리’로 구성해 자유로운 입·탈퇴가 가능하도록 하고 야간·휴일 및 합숙 교육을 금지한다. 이러한 기준이 준수되는지 연 2회 수시 관리·감독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학교 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균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이 실효성 없는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br>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24일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정부의 개선안이 경쟁 완화 대책이 될 수 없으며 학생들의 학습권·교육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현재 기능대회 출전 선수의 약 95%가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인데 일반부와 학생부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경쟁을 완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공심화동아리’로 명칭만 변경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대회 일정을 방학기간으로 조정한다고 구성원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학습권 보장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정책 아래에서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기능반 활동이 불가하다고 비판했다. 

직업계고 취업 경쟁 교육은 기능반 구성원들의 폭력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은폐되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는 직업훈련소가 아니기에 현 개선안을 철회하고 재발방지책 마련, 현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회 일정 조정은 교육계 단체 의견 수렴 과정에서 먼저 제시된 것이며 현재 운영방식 속에서는 학생들이 방학 때 훈련을 하고 학교 수업도 듣지 못하고 있으니 학기 중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부·일반부 분리에 대해서는 “직업계고 학생 위주인 현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상대적 숙련도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해 경쟁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일생의 한 번 뿐인 기회라고 여겨 대회 준비에 더 몰두했지만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경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칭만 변경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수업참여 보장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비공식 특별반으로 운영하는 학교도 있어 공식화하자는 차원이며 수업권 보장은 지침 수준이기 때문에 이후 시·도 교육청,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도 교육청이 운영 계획서를 점검해 학습권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성과 중심, 실적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대해 ”전국대회 입상은 우수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기능을 평가받을 수 있으며 기술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과열 경쟁을 예방하고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전교조 김경엽 직업교육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개선방안이 충분치 않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미 오랜 기간 제기해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학교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학습권 침해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이전과 다른 방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22시 이후 훈련을 금지하지만 학생·학부모가 희망하고 학운위가 승인하면 가능하다는 예외를 둬 코로나 정국에서도 합숙훈련을 시켰던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미 공문을 통해 학교에 관련 문제가 제기됐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실효성 있고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보안책, 메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해야 하는 자료 준비 등의 부수적 실무를 1·2학년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1·2학년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대회 일정을 조정한 것도 최소한의 합의점이었다며 지방대회를 8월, 전국대회를 2월에 진행해 1학년 선발이 유지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은행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 역시 10개 문제를 미리 준다는 식이라 창의성과 관계없고 학생들을 기계적 학습으로 더 내모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개선 방안에서는 학교 밖에서도 숙련기술진흥원 내 기능경기특별반 운영을 통해 훈련이 가능하게 됐다며 개선안이 기능 훈련 강화에 초점을 둔 것이라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과열 경쟁을 방치해 온 교육부를 비판하며 기능경기대회가 고3 위주, 직업교육을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습기에 특정 숙달을 요구하는 건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나아가서는 경쟁 중심의 기능대회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교조가 지난 5월 현직 직업계 고등학교 교사 3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육적 개선 요구가 48.1%, 반교육적 활동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43.6%에 달했다. 91.7%의 교사가 기능반 운영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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