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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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센스뉴스 = 성상영 기자 |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정부는 새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단기간에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점,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았다는 점에 외교적 성과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는 ‘경제 안보 동맹’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로 감싸졌다.

동맹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 무의미한 일이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서 한 몫 두둑이 챙긴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방한이 삼성에서 시작해 현대차에서 끝났다는 말대로 그는 국내 최대 기업 두 곳에서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결코 작은 선물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떠난 뒤에도 국내 경제계에는 여운이 진하게 남았다. 지난 한 주 동안 소위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기업은 줄줄이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내에 투자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치 누군가 옆구리를 쿡 하고 찌르기라도 한 듯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기업의 투자는 언제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발표 시점이 참 기묘하다. 삼성·현대차·롯데·한화는 24일, SK·LG·포스코·GS·현대중공업·신세계가 26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법인 성격이 다른 농협을 제외하고 이들 모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다. 한 날 한 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모습이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결의마저 떠올리게 한다.

모두가 ‘미래를 준비한다’라는 명분을 들었지만 누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돼 버렸다. 기업이 국내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의식했다거나 심지어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를 비롯해 경영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부 꿈보다 해몽이다.

기업 투자는 현재 여건과 미래 전망, 가능성, 경영자의 직관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발표된 기업 투자 계획을 뜯어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이미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고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지 급하게 꾸며낸 건 아닐 테다. 단지 쿡 하고 찔린 옆구리는 여간 신경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를 앞둔 이는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전국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뽑는 제8회 지방선거가 오는 6월 1일 치러진다. 여기에 현재 빈 자리인 국회 의석 7석도 이날 주인을 찾는다. 동맹국 간 외교에는 승패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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