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혐의로 제주지법서 1심 재판 진행 중
그룹 자금 지원 끊겨..사업기간 연장 여부 ‘불투명’

제주지방법원. [사진=라이센스뉴스]
제주지방법원. [사진=라이센스뉴스]

라이센스뉴스 = 정재혁 기자 | ‘리조트왕국’ 대명소노그룹 박춘희 회장의 장녀 서경선씨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서씨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정청탁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문제가 불거지자 그룹 측은 딸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지원 등을 중단하고 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사업기간 또한 제주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 추가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강민수 판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서경선 (주)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와 전 사내이사 서모씨,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이장 정모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서 대표와 서씨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정씨에게 2019년 5월 29일부터 2020년 4월 14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275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정씨에게 50만원짜리 수표 20장을 직접 전달하거나 정씨의 아들 계좌로 현금 800만원을 보냈으며, 정씨가 마을 주민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당했을 때 변호사 수임료를 2회에 걸쳐 총 950만원 대신 납부해 주기도 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금전이 오간 게 아니라, 생활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정씨를 돕기 위해 서 대표와 서씨가 돈을 빌려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날 재판은 전 마을이장인 피고인 정씨와 제주동물테마파크 전 사내이사 서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정씨는 금전 거래에 관한 변호인 신문에서 “동물테마파크 일로 생업에 거의 신경 쓰지 못해 돈을 빌리게 됐다”고 말했다.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사 측이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검찰 측 반대신문에선 정씨가 수사 당시 진술을 번복한 부분이 지적됐다. 정씨가 처음 경찰 조사에선 서씨와 서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가, 이후 경찰이 금전 거래 관련 객관적 증거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뒤에 진행된 조사에서 1800만원을 ‘차용금’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서씨는 정씨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실제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보게 돼 정씨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며 “서 대표에게도 보고 했고, 서 대표는 ‘그렇게 형편이 어려운지 몰랐다. (돈을) 빌려드려서 급한 불 끄게 하는 게 도리’라고 했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6월 17일이며, 마지막 피고인인 서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검찰의 구형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서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해 왔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그간 파행을 거듭한 끝에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서 대표는 2016년 10월부터 (주)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를 맡아 이듬해인 2017년 5월 제주도에 ‘개발사업시행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기존 목축 중심 테마파크에서 사파리 중심의 야생동물 관람 시설로 사업 변경을 시도했으나, 작년 3월 제주도개발사업심의회가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발 지역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의 전 이장 정씨에게 부정청탁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불거져 나왔다.

사업 변경 신청이 불허되면서 기존 ‘전통목축체험 테마파크’ 사업만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11월 제주도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기존 사업계획으로 단 1년만 사업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사업기간 3년 연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제주 시민사회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 시민단체들과 선흘2리 마을회는 지속적으로 사업기간 연장 불허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 내 21개 시민단체는 작년 11월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사업기간 연장 발표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제주도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기간 연장 불허로 3년간 지속된 선흘2리 마을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모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의 지원이 끊겨 사업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2020년 12월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대외적으로 대명소노그룹과 관련된 사업으로 잘못 인지되고 있다”며 “대명소노그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소노그룹은 또 공문에서 “주식회사 제주동물테마파크에 지출된 대여금의 회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매달 발송하고 있고 더욱 강한 압박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된 대여, 투자, 컨설팅 등 어떠한 지원과 검토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명스테이션의 지난해 감사보고서 중 일부.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대명스테이션의 지난해 감사보고서 중 일부.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실제로 그룹 소속 상조업체인 대명스테이션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제주동물테마파크와 모회사 서앤파트너스에 빌려준 대여금 약 70억원(69억 4700만원)과 138억원을 각각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노인터내셔널이 빌려준 자금 약 195억 5000만원은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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