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JD파워 ‘내구품질조사’서 상위권·우수상 휩쓸어
32개 브랜드 중 1위 기아, 3위 현대차, 4위 제네시스
현대차그룹, 토요타·GM 제치고 자동차그룹 ‘1위’
외신들 “한국車가 순위 지배…유럽차는 불만 야기”
정몽구·정의선 2대에 이은 ‘품질경영’ 철학 빛 발해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왼쪽)과 정의선 회장(오른쪽).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왼쪽)과 정의선 회장(오른쪽).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라이센스뉴스 = 성상영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조사 업체 JD파워가 진행한 차량 내구성 관련 품질 조사에서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상위권을 휩쓸었다. 1986년 현대차가 미국에 ‘엑셀’을 처음 수출한 이후 36년 만에 이룬 쾌거다.

JD파워가 10일(현지시각) 발표한 ‘2022년 내구품질조사(VDS)’ 결과에 따르면 1위는 기아가, 3위는 현대차가 차지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4위에 올랐는데 전체 고급차 브랜드 가운데서는 가장 순위가 높다.

JD파워 내구품질조사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에게 184개 항목으로 이뤄진 내구품질 만족도를 묻는 조사다. 브랜드별로 차량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해 점수가 낮은 순으로 순위를 매긴다. 즉 점수가 높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낮다. 기아는 145점, 현대차는 148점, 제네시스는 155점을 기록했다.

이번 JD파워 내구품질조사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32개 브랜드 139개 모델, 총 2만 9487대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아는 지난해 일반 브랜드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최우수 브랜드상’을 받았다. 일반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를 제치고 전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는 ‘최우수 품질상’, 준중형 SUV 스포티지, 소형 SUV 쏘울, 중형 세단 K5(현지명 ‘옵티마’)가 ‘우수 품질상’을 수상하며 공적을 세웠다.

지난해 7위를 기록한 현대차 역시 다양한 모델이 수상 명단에 오르며 순위가 네 계단 상승했다. 중형 SUV 싼타페와 중형 세단 쏘나타는 각 차급에서 최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준중형 SUV 투싼, 준중형 스포츠카 벨로스터는 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 기준 지난해 4위에서 순위가 세 계단 뛰어 올랐다. 159점을 기록한 렉서스를 제치고 ‘최우수 고급브랜드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보면 브랜드상 2개와 차종에 주어지는 상 9개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갈아 치웠다.

현대차그룹은 조사 대상에 포함된 글로벌 15개 자동차그룹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브랜드 평균 점수는 147점으로 일본 토요타(158점·2위)와 미국 제너럴모터스(172점·3위)보다 품질 만족도가 높았다. 4위와 5위는 각각 일본 마쯔다와 미쓰비시가 차지했다. BMW그룹,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폭스바겐그룹 등 독일차 그룹은 중위권(6~10위)에 머물렀다. 하위권(11~15위)에는 스텔란티스, 혼다, 볼보자동차,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현대차·기아의 선전은 외신으로부터 일제히 주목을 받았다. 미국 폭스뉴스는 “기아가 새로운 왕”이라고 평가했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한국 브랜드가 내구성 신뢰도 평가를 지배한 반면 유럽 브랜드는 가장 많은 소비자 불만을 야기했다”라고 적었다.

현대차그룹은 “꾸준한 품질 혁신 활동이 내구품질조사 성적의 밑거름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2000년부터 24시간 ‘글로벌 품질 상황실’을 운영하고 2002년에는 시험 차량을 양산차와 같은 조건으로 생산하기 위해 남양기술연구소에 양산차 생산라인을 재현했다. 2014년에는 여러 곳에 흩어진 품질 평가 시설을 모아 ‘글로벌 품질 센터’를 열었다. 최근에는 로봇,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품질 검증에 적용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품질경영’에 대한 고집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최고의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라고 강조해 왔다. 정의선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품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위기도 있었다. 현대차를 오랜 기간 괴롭힌 ‘세타2 엔진 리콜’이 그것이다. 세타2 엔진은 현대차가 중형차용으로 개발한 국내 첫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이다.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 온 파워트레인(구동계)을 국산화한 것으로 쏘나타, K5 등 광범위한 모델에 들어갔다. 그러나 2015년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결함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전 세계 469만 대 엔진을 평생 보증하기로 했다.

세타2 엔진 사태로 수 조 원에 이르는 수업료를 낸 현대차는 이후 엔진을 개발할 때 무리하게 출력을 높이지 않고 안정화에 중점을 뒀다.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차·기아에 탑재된 엔진 성능과 품질이 한층 성숙했다는 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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