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차량을 모는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 연합뉴스 제공)
레인지로버 차량을 모는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 연합뉴스 제공)

 

영국 왕실의 위기가 찾아왔다. 해리 왕자(왕손) 부부의 일방적 '독립 선언'으로 몰고온 왕실의 위기에서 67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93)의 관리능력과 장악력이 다시금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이달 8일 해리 왕자 부부는 "우리는 왕실 가족 일원의 역할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재정적으로 독립하려 한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했다.

이후 폭탄선언의 배경, 윌리엄 왕세손과 갈등, 향후 지위와 역할, 재정 부담 주체 등을 놓고 무성한 추측이 꼬리를 이었다. 해리 왕자 부부뿐만 아니라 왕실 전반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질 위기였다.

여왕은 신속하게 가족 회의를 소집하고 그날로 수습 방향을 정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왕실 역사가 페니 주노어는 "여왕은 궁극적 전문성을 유지했다. 그는 위기에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 왕손과 메건 왕손비의 예고 없는 폭탄선언으로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서도 여왕은 차분함을 지키며 본보기가 됐고,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15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25살이던 1953년 즉위한 이래 윈스턴 처칠부터 보리스 존슨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14명의 총리를 상대하며 쌓은 관록이 몸에 밴 여왕은 그동안 정치적으로도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예정 시기가 임박하며 총리가 바뀌고, 의회가 중단되는 혼란 국면에서도 여왕은 대체로 정치적 대치에 휩쓸리지 않았고, 국익에 봉사하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여왕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성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윈저궁과 버킹엄궁으로 총 세차례나 초대한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왕실이 직면한 위기 가운데 다수는 가족 일원이 초래한 것이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인식하지 못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탁월한 위기 관리자로 면모를 보였다고 WP는 평가했다.

여왕은 올해 93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기가 넘친다.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직접 차를 운전하며 빗속에서도 승마를 즐길 정도다.

일각에서 여왕이 95세가 되면 찰스 왕세자(71)가 섭정 지위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복수의 왕실 소식통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왕실 전문 잡지인 매저스티의 잉그리드 시워드 에디터는 "여왕의 장악력이 굳건하다"며, 여왕의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벨벳 장갑 속 철의 손"이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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