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인 칼럼니스트
이수인 칼럼니스트

아이들이 동화책 대신 유튜브를 보는 시대다.

10년이 넘게 꾸준히 동네 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서점들은 사라지고 카페와 술집이 대신 들어섰다.

그나마 남은 서점에 찾아가 봐도 가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산더미 같은 문제집뿐이고 사장님에게 구태여 요즘 무슨 책이 제일 잘 나가냐고 물어봐도 별다른 대답이 나오진 않는다.

“문제집이나 드라마로 유명해진 책들만 잘 팔려요” 일부러 큰 서점을 찾아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서점은 이런 모습이다.

아무리 어디서든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널리 보급됐다지만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점차 쇠퇴해가는 활자 시장 사이에서도 호황을 맞는 곳이 있으니 바로 웹소설이다. 웹소설의 역사는 1990년대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PC통신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PC통신을 향유하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직접 소설을 창작해 게시판에 연재하는 것이 유행했고 이렇게 연재된 소설들이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출판되었다. 상품으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것이 웹소설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다만 이때는 PC통신의 접근성이 높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PC통신 대신 같은 소설을 직접 사 읽는 것을 택했다. 오프라인 출판물의 비중이 더 높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웹으로 읽는 소설’ 개념을 형성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00년대에도 이어졌는데 ‘조아라’, ‘문피아’등의 유명한 플랫폼 사이트가 형성되었고 웹소설 연재처로서 독점에 가까운 시장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어 제한 없이 작가들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에 따라 많은 소설이 범람하였다.

이는 작품 자체의 질적 하향을 불러와 ‘그 소설이 그 소설인’, ‘보는 사람만 보는’ 분위기를 형성함에 따라 시장의 확장성을 꾀하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의 보급이었다.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계의 보급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제공될 수 있는 웹소설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현재 웹소설은 이전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시장의 경직을 해소하여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게임, 만화 등의 관련 상품도 활발히 제작되는 중이며 많은 기성 사업체들도 차례대로 웹소설 시장에 참여하려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출판물이 맥을 못 추는 현재 웹소설이 확실한 대체재로 떠오르기는 요원해 보인다. 일단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웹소설의 고질적인 문제인 상품들의 질을 보장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웹기반 콘텐츠에 따라오는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웹 콘텐츠들은 다분히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제작되는 경향이 크며, 이는 콘텐츠의 인스턴트화로 연결된다. 시간을 들여 진득이 감상하기보다는 바쁜 일상 사이 틈틈이 즐기는 콘텐츠로의 성격이 큰 것이다.

웹소설 역시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단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에 전체적인 질적 저하는 피하기가 어려운 모양새다. 물론 관련 사업이 발달하며 극복의 움직임이 보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짧은 분량에 독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으면 생존이 힘든 시장 탓에 형식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거기다 시장 자체는 확대되었지만 웹소설 특유의 경직된 소비자층이 완벽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에 지나친 상품성 추구와 그에 따른 편향된 장르 추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이다.

각종 영상매체와 만화 등 질 좋은 콘텐츠를 웹으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현대에 활자 위주의 시장이 남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다른 매체로는 대체할 수 없는 확실한 활자의 강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품성을 추구하는 웹소설 시장이 역으로 소비의 다양성을 해치고 문학의 인스턴트화를 촉구한다는 비판 역시 유효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소설 시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인 칼럼니스트
한서대학교 미디어 문예창작학과 2020년 2월 졸업(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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