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영업점 대상 CSI평가 폐지..“평가 불필요 및 직원 보호 차원”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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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센스뉴스 = 정재혁 기자 | 은행권이 영업점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만족도(CSI) 평가’를 폐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왕’이라는 미명 하에 과도한 친절을 강요해 왔던 CSI평가가 폐지됨에 따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일선 영업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 현재 영업점 대상 CSI평가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이 2017년에 가장 먼저 폐지했고, 그 다음으로 신한은행(2018년), KB국민·하나은행(2020년) 순으로 폐지했다.

은행권 CSI평가는 대개 영업점 내방 고객들이 자신의 업무를 처리한 직원에 대해 만족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고객 평가는 직원 개인 또는 영업점 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고객의 부당한 요구에도 ‘억지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까지 CSI평가가 영업점 부점장 종합평가(목표 100% 달성 시 만점)에 반영됐으나, 올해는 반영되지 않는다. 아울러 지역영업그룹 단기성과 평가항목에서도 제외됐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대상 게시물을 통해 “명함, 돈접시, 물티슈 등 사은품에 ‘고객님 매우 동의로 꼭 칭찬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새겨가며 ‘매우 동의’를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며 “단지 고객의 피드백을 참고해 스스로 진단하고 실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CSI평가를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에 대한 공손함이나 친절도 따위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만족’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던 2000년대 초반에나 통용됐던 CSI평가 항목들이 현재 직원들에겐 기본소양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은행원들은 이미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친절과 존중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은행 창구직원과 텔러들을 악성민원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 응대 과정이 직원 고과에 반영되는 업무환경에선 악성민원인들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편, 금융권 노조와 정치권은 악성민원인들로부터 금융산업 내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배진교 의원(정의당)은 양대 금융권 산별노조인 금산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금융산업 감정노동자 보호 7법’을 발의했다.

기존 ‘금융산업 감정노동자 보호 5법’은 ▲노동자가 악성 고객을 기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문제가 과도할 시 회사가 직접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 의무화 ▲노동자에 대한 상담·치료 지원 및 상시적 고충센터 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고객 폭언이나 폭행 예방 위한 대면·비대면 고지의무 신설 ▲정신적·신체적 피해 입거나 질병 발생 시 치료비 지원 및 일시적 휴직 지원 ▲직원 보호하지 않은 금융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 상향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특히, 은행 영업점의 경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업점 내에 직원 보호에 대한 안내문 혹은 경고문구 부착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악성민원인들의 ‘갑질’이 다소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노동자들 입장에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악성 민원들에 맞설 수 있는 하나의 방패가 주어지게 된다”며 “창구 앞에 작은 푯말로 ‘고객 응대 직원에 대한 보호 문구’가 세워지고, 거기에 유의사항과 처벌조항이 적혀 있다면 악성민원인들도 함부로 험한 말을 쏟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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