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서양화가 장소영 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서양화가 장소영 작가

[장소영 칼럼니스트]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걸작, 모나리자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입을 꾹 다문 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Mona Lisa(모나리자)’, 15세기경
레오나르도 다빈치, ‘Mona Lisa(모나리자)’, 15세기경

모나리자 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대부분의 작품들을 보면, 작품 속 인물들이 웃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Virgin of the Rocks(바위 산의 성모)’, 15세기경
레오나르도 다빈치, ‘Virgin of the Rocks(바위 산의 성모)’, 15세기경

이러한 무표정은 비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를 주로 그렸던 프랑스 궁정화가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의 작품 '시녀에 둘러싸인 외제니 황후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보면,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인 외제니 황후와 시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즐거울 것만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들 중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처럼, 명화 속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심각하거나 무표정이다. 심지어 춤을 추거나 화기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말이다.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시녀에 둘러싸인 외제니 황후의 초상', 1885년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시녀에 둘러싸인 외제니 황후의 초상', 1885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명화라 전해지는 작품들 속 인물들이 치아를 보이며 활짝 웃고 있는 것을 본적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작품 속 인물들이 입을 다문 모습으로 그려진 이유에는 종교적인 이유, 상류층만의 관습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충치’를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 유럽의 치과의술은 상당히 낙후되어있었다. 중세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치약이나 칫솔과 같은 구강용품이 발달되지 않았었기에 왕과 왕비를 비롯한 일반 농민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충치로 인해 고약한 입 냄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충치로 인해 이를 거의 뽑아서 합죽이가 된 사람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가 없고 아프기 때문에 늘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고통 때문에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게다가, 당시 유럽인들은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게 되면, 모공이 넓어지면서 전염병이 쉽게 침투된다고 믿었고, 이로 인해 당시 유럽인들은 몸에 물이 닿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양치는 물론이고 목욕마저도 되도록 자제했다.

검게 썩어버리거나 빠져버린 자신의 치아 때문에 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웃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사진이 아니고 그림이니 화가에게 요청해서 치아를 하얗게 그리는 등 얼마든지 보정은 가능했겠지만, 자신의 검게 썩어버린 치아를 그림이 완성되는 오랜 시간동안 화가에게 드러내놓고 있는 것도 창피했을 것이다.

명화 속 인물들은 이처럼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위해, 무표정을 지음으로써 위엄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비단 명화 속 인물들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풍족할 것만 같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조차도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내 자신을 더 꼭꼭 감춘다. 결핍을 부끄러워하고 결점을 치부라 여긴다.

자신의 부족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화려하게 포장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명화 속 인물들처럼 위엄 있는 모습 뒤에는 아픔이 가득하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말했다. “결점이란 인간 자체의 영혼 속에 이미 내재하고 있다. 제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결점을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장점을 더욱 빛내주고, 인격을 함양하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결점을 꽁꽁 숨기려 할 것이 아니라 그 결점을 인정하고 고치려 노력하려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게 진실 된 자세를 추구하는 것 이야말로 우리가 목표하는 궁극적인 행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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