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따라 입한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자격증 취득 후 취업성공을 이루다

라이센스뉴스는 직업계고 및 학생 일자리와 관련해 실제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진로와 취업교육 현황을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어 학생에게는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교사 및 기업에게는 진로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으로서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 발판을 마련하고자 본 섹션을 운영합니다.-편집자 주

 

이다슬 칼럼니스트
이다슬 칼럼니스트

5년 전, 학교를 옮기고 바로 3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30명의 학생 중 여학생은 4명, 그 중 한명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학생을 생각하면 얇은 손목에 검은색 시계를 차고 다니며 교실, 실습실, 교무실 등 학교 곳곳을 팔자걸음으로 열심히 다니던 모습이 떠오른다. 무엇이 그렇게 재밌는 건지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고 어떤 일에 실패하면 걱정가득한 모습으로 풀이 죽었다가도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는 당찬 학생이었다.

진로 상담 전,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니 성적은 상위권인데 자격증 부분이 부족해보였고 학생회 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의 기록은 매우 훌륭했다. 나는 대학 진학을 권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생은 공사취업을 희망했다. 왜 공사가 가고 싶은지를 물어보니 오빠의 영향이 컸다. 학생의 오빠는 같은 학교의 같은 과의 졸업생으로 ‘한국조폐공사’에 입사하여 근무 중이라고 하였다.

오빠를 믿고 특성화고로 진학하여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과, 여동생을 믿고 맡긴 오빠, 남매를 모두 같은 학교 같은 과에 보내주신 학부모님. 직접적인 말씀은 없었으나 학교에 대한 신뢰감이 얼마나 깊은 지가 느껴졌고 취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보였다.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해보자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고졸 전형에는 직무와 관련된 기술자격증이 필수 요건인데, 준비하고 있던 자격증의 실기가 어려워 재도전 중이었고, 이번에 취득하지 못하면 2학기 중·후반이 되어서야 공사 지원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반기 공채가 끝나가기 전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한국전력공사 공채에 도전하였다.

각 전형마다 기간이 짧아서 발표 후 준비를 하면 늦을 것이라는 판단에 서류 지원과 동시에 직무능력과 인성검사 준비에 돌입했다. 학교 일과가 끝나면 학생은 실습실에 마련 된 자리에서 직무능력 및 인성검사와 관련 된 문제지를 풀고 난 직무면접 및 종합 면접에 대비한 질문 예상지들을 준비했다. 한 전형이 끝나고 합격 발표가 될 때마다 함께 가슴 졸였다.

인성검사를 마친 후 발표가 있기 전부터 면접 준비에 돌입했다. 해마다 바뀌는 면접 전형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면접연습을 했다. 발표면접, 토론면접, 1:1면접.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될지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 과거 면접 기출문제부터 현재 한국전력공사와 관계 된 뉴스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 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수 백 가지가 넘는 문제들을 만들었다. 면접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들어오는 모습, 얼굴 표정, 말투, 억양, 말하는 방식까지도 체크해가며 모의 면접을 연습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도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었다. 학생은 전형 단계가 높아질수록 시험장에서 자신과 경쟁하는 지원자들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이 학생의 진가는 면접에서 드러날 것임을 확신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보여준 이 학생의 열정과 순수함, 용기, 성실함 등을 매년 수 천 명의 지원자들을 가려내는 면접관들이라면 반드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신을 학생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그동안 함께 준비해왔던 것들과 학교에서 학생이 해내었던 것들을 함께 되짚어 보았다. 몇 번이나 할 수 있다를 소리내어 외쳤다.

최종 면접을 마치고, 면접을 잘 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며 한 숨 쉬는 학생의 전화를 받았다. 전공 관련 질문을 했는데 끝나고 나니 틀린 대답을 한 것 같다며 울먹거렸다. 괜찮으니 걱정하지마라 다독이며 나또한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내가 이 친구에게서 볼 수 있었던 좋은 부분들은 면접관들이 봐주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최종합격을 통지를 받고 선생님 품에서 어린애처럼 펑펑 울 던 이 학생이 지금은 23살의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웃음, 믿음, 열정, 성실함을 가지고 노력하는 많은 특성화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이 학생처럼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해본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본 기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볼 수 있습니다.
번역을 원한다면 해당 국가 국기 이모티콘을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This news is available in English, Japanese, Chinese and Korean.
For translation please click on the national flag emoticon.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센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