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희망하던 현장실습생 이야기

라이센스뉴스는 직업계고 및 학생 일자리와 관련해 실제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진로와 취업교육 현황을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어 학생에게는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교사 및 기업에게는 진로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으로서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 발판을 마련하고자 본 섹션을 운영합니다.-편집자 주

 

이다슬 칼럼니스트
이다슬 칼럼니스트

“선생님, 전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은데 면접 걱정 없습니다. 일도 잘할 수 있어요”

취업 면접을 며칠 앞 둔 학생은 자신감에 가득 차 이야기 했다. 방학 때는 택배집하장, 주말에는 식당에서 3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왔다고 했다. 힘쓰는 것도 자신 있고 어른들 대하는 것도 문제없다며 면접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학생은 예상과 같이 면접을 잘 보았고 현장실습 기간이 되자마자 실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 뒤, 학생은 학교로 돌아왔다.

“선생님, 저 그냥 아르바이트 계속 하면 안돼요? 식당 사장님도 취업 서류 적어주신대요”

복교 사유서를 적고 있던 와중에 불쑥, 이야기를 꺼냈다. 가업을 잇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곳은 전자나 전기 등 같은 계열의 업체이다. 같은 계열이 아니기 때문에 안된다고 딱 잘랐다. 그랬더니 ‘다른 학교 친구는 그렇게 나왔다고 하더라, 몇 반 친구는 선생님이 한 달 뒤에는 해준다고 하더라’라는 ‘카더라통신’을 줄줄이 읊으며 투덜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계열과 상관없이 현장실습을 보내거나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 가게에 현장실습을 보내는 일이 있었다. 현장실습 기간 초반에는 같은 계열로의 실습만을 강조하다가 후반에 가면 떨어지는 취업률을 붙잡기 위해 실습을 나가겠다고만 하면 어느 직종이든 관계없이 보내는 경우가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공공연한 비밀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왜 학생은 복교를 했던 것일까?  ‘허드렛일만 시키고 월급이 적다’ 복교 사유서에는 이렇게 짧게 두 줄이 적혀 있었다.

학생이 배정받은 업무는 자재를 옮기기, 만들어진 부품을 담아 옮기기, 박스 정리하기였다고 했다. 월급은 그 당시 최저시급은 기준으로 하여 하루 8시간, 주 5일씩 근무하였고 4대보험을 공제 후 대략 11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어떤 것이 잘못 된 부분인지 몰라서 재차 확인을 했다. 왜냐하면 위의 내용은 이미 현장실습 전, 회사방문 및 면접을 통해 동의 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실습 3개월간은 인턴기간과 비슷하게 업무를 배정받아서 위험도가 낮은 단순 업무만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인사담당자에게 학생과 함께 들었던 부분이었다. 임금 또한 현장실습이 종료되어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면 현재의 임금보다 오른다고 하였었다.

학생도 이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현장실습 전, 이를 듣고 동의를 한 건 맞지만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싫어졌다고 했다. 회사의 형들은 편하게 기계관리만 하면서 자신에게 이거 가져가라, 저거 가져가라는 시키는 것도 싫었고, 돈도 적어서 더 싫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하면 이것보다 많이 받아요. 손님 없을 때는 앉아서 좀 쉴 수도 있고”

식당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로 85만원을 받는 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2016년 최저임금이 시급 6,030원이었으니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금요일은 저녁 6시부터 6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4대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제되는 부분도 없었다.

학생의 계산은 단순했다. 식당에서 주 3일을 일하고 한 달에 85만원을 받았는데 회사는 주 5일을 나가고도 110만원이다. 일도 회사는 정해진 휴식 시간 외에는 쉴 수가 없는데 식당은 중간 중간 앉아서 휴대폰도 하고 쉴 수도 있다. 그러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때마침 일하던 식당에 평일 일손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려 식당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현장실습에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 줄 수 있으니 학교에 허락을 받아 식당에서 계속 일을 하자고 하셨다고 했다.

졸업하고 난 후의 계획을 물었더니, 일단 아르바이트하며 대학을 진학하는 걸로 생각이 바뀌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3월 초부터 취업을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던, 내가 알던 학생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30만원의 월급 차이, 업무의 차이가 학생의 진로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수 개월 간에 걸쳐 아이들과 나누었던 진로, 꿈,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학생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던 걸까.

12월, 나는 이 학생을 본인이 원하던 대로 현장실습을 보내주었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전문대에 진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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